미국시장에서의 입지 확대가 절실한 국산 자동차 업계로서는 이번 GM과 포드의 회사채 등급 추락이 중장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달 말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을 앞둔 현대자동차와 레저용차량(RV) 및 소형차량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이번 GMㆍ포드 회사채 등급 사태가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차 선택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다만 GM대우차는 모기업의 악화된 재정상태 때문에 국내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현대차의 경우 스탠더드앤푸어스(S&P)로부터 투자적격인 BB+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 현지 공장 가동과 안정적인 재무상태가 맞물린다면 미국시장에서의 판매호조가 한층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역시 신용등급이 현대차와 같은 BB+로 신규 딜러 모집 등 미국시장에서의 딜러망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GM과 포드의 등급 하락이 구조조정이나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기아차와 현대차 등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 차 업계는 올들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의 판매호조로 해외 자동차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3월까지 미국시장에서 GM 등 미국 ‘빅3’의 시장점유율은 59.2%를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1.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현대차는 1~4월 중 미국시장에서 모두 14만970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만3,338대보다 판매량이 14.3% 늘었으며 미국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말 2.5%로 높아졌다.
여기에다 앨라배마공장이 내년부터 연간 30만대 생산ㆍ판매체제를 갖추게 되면 점유율은 3%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도 지난해 1~4월 미국시장에서 8만2,822대를 판 데 이어 올들어 지난달까지 9만1,924대를 판매하는 등 올해 점유율을 1.8%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면 GM대우차는 GM의 재정악화로 인해 현재 추진 중인 부평공장(옛 대우차공장)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겉으로는 “부평공장 인수는 GM 본사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GM대우차의 이익 잉여금이나 차입금으로 추진하도록 돼 있다”며 괘념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불투명성이 커졌다는 점마저 부인하지는 않았다.
GM대우차의 한 관계자는“GM 본사의 재무악화로 인한 투자계획 변경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부평공장 인수계획과 관련해)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현금유동성 등에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생산성과 품질, 노사평화, 주야 2교대 연속 6개월 가동 등 당초 제시했던 4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계획대로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GM의 등급 추락으로 인해 GM대우차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GM 출자사들이 자금이나 컨설팅 지원 등에 직간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고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는 내수에 주력하는데다 미국시장의 수출비중이 높지 않아 이번 GM과 포드의 등급 하락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GM과 포드의 등급 하락이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의 등급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의 미국시장 개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