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옥석 가리기' 본격화
단체수의계약 폐지후 경쟁입찰…한계기업 퇴출·구조조정 가속화 할듯
의무구매비율제 도입 용역·공사도 경쟁입찰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중소기업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어 한계기업의 퇴출 및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기술력ㆍ미래성장성이 우수한 기업들은 철저한 신용조사ㆍ기술평가 및 경영컨설팅을 거쳐 정책자금ㆍ보증ㆍ대출 우선지원, 정부 등 공공기관 납품기회 확대 등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무차별적인 퍼주기식 중소기업지원정책에서 탈피해 솎아낼 기업은 솎아내고 키울 기업은 적극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22일 중소기업간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고 오는 2006년부터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기술ㆍ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공정기술ㆍ장비 등을 개발한 중소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게 된다. 지난해 공공기관이 단체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한 중소기업 제품은 4조9,000억원 규모. 정부가 2억~3억원 이하의 소액구매 물품, 공사ㆍ용역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을 시킬 방침이어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납품기회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도 혁신선도형 중소기업을 중점 보증지원하기 위해 보증심사체계를 기술성ㆍ사업성 위주로 전면 개편, 내년 4월께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술력 평가와 기술가치 평가를 결합한 미래가치 중심의 ‘기술ㆍ기업등급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새 제도 시행으로 매출실적과 연계해온 보증금액 산정방식이 폐지되면 사업성ㆍ수익성 전망이 밝은 기술ㆍ벤처ㆍ창업기업은 기존 매출이 없어도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운전자금 등을 대출할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됐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지난 21일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소기업은 과감한 퇴출시키되 기술력과 수익성을 갖춘 기업까지 쓰러지는 사태는 막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은 9월쯤 여신(대출+보증) 5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기업신용위험을 상시 평가, 4등급(A~D등급) 중 꼴찌 등급은 과감히 퇴출시킬 방침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성 있는 기술력 평가를 전제로 하지 않는 자금공급은 나중에 부실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벤처투자와 같이 무작정 정부와 국책기관 주도로 창업기업에 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co.kr
입력시간 : 2004-07-2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