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4일] 레몬법


1975년 1월4일, 미국 포드 대통령이 ‘레몬법(Lemon Law)’에 서명했다. 정식 명칭은 발의한 의원들의 이름을 딴 맥너슨-모스법(Magnuson-Moss Warranty Act). 신제품의 결함이 반복 발견됐을 때 수리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동일한 신제품으로 바꿔주거나 환불해준다는 게 골자다. 주적용 대상은 자동차. 구입(임대 포함) 후 1년 또는 주행거리 1만2,000마일(1만9,312㎞) 미만인 차량에서 똑같은 결함이 네 번 발생하면 불량차로 간주해 제작사에 전액환불 또는 신차교환의 책임을 안겼다. 뉴욕과 뉴저지주는 ‘구입 후 2년 또는 주행거리 1만8,000마일’로 더 까다롭다. 브레이크나 핸들ㆍ안전벨트같이 안전과 밀접한 부품의 경우 두 번만 애프터서비스를 받아도 레몬법 적용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전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인 이 법이 레몬법으로 불리는 사연이 흥미롭다. 오렌지 같지만 실제로 달기는커녕 신맛이 나는 과일인 레몬을 겉은 멀쩡하지만 불량품인 자동차나 전기제품에 빗대서다. 영어사전에도 레몬법으로 등재돼 있다. 자동차 업계의 반대를 뚫고 제정된 레몬법은 단기적으로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품질보다 디자인을 따지는 구매성향을 낳은 것.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고장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가격조건이나 외형을 중시하면서 잔고장이 없기로 유명한 일제 자동차가 덜 팔리고 유럽과 미국 차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팔렸다. 한국 차도 1990년대 초반까지 이런 분위기 덕을 봤다. 장기적으로 자동차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레몬법은 애완견까지 포함하는 등 적용 대상을 넓혀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요원하기만 하다. 소비자 보호와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2년 전 의원입법이 추진됐으나 흐지부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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