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럽 노동운동가들의 충고

올해 초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취재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했을 때 다소 뜻밖의 경험을 했다. 강성 노조로 알려진 프랑스의 민주노동총연맹(CFDT)이나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등 현지 상급 노동단체 관계자들의 이구동성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이기주의에 빠지기 쉽고 노조가 기업주와 유착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노사 문제를 노동자나 노조의 시각이 아닌 공익 차원에서 풀어나가고 있다.” 먼 나라에서 한수 배우기 위해 찾아온 손님에 대한 의례적인 발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독일 금속노련(IG메탈)은 정부와 기업이 실업자 구제를 위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면 실질임금 동결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수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먼저 제안, 현재 `고용을 위한 노사정 연대`가 협의 중이다. 두산중공업 파업 사태에 이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수출이 마비되는 위기까지 겪고 있는 국내 상황에 비춰볼 때 부럽기 짝이 없는 얘기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노동자들을 비난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300여년의 노동 운동 역사를 가진 유럽과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특히 하도급 등 열악한 환경으로 기본 생계비도 못 건지고 있는 화물연대의 분노나 울분은 십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정작 이해 못할 것은 종잡을 수 없는 정부의 태도이다. 평소 친노동자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정부는 화물연대가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단체 행동을 경고했는데도 넋놓고 있다가 사태가 걷잡을 없을 정도로 커진 뒤에야 사태 해결에 나선다며 요란을 떨고 있다. 상투적인 `불법파업 엄단`운운에 이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위기관리 대책회의 신설`이라는 대목에서는 답답하기까지 하다. “노사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가장 핵심 주체는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니다. 바로 정부다. 임금 협상이나 정리 해고 등 모든 문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뼈대를 만든 뒤 노사가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때 어느 쪽이든 반칙 행위에 굴복하면 안 된다. 정부가 엄정한 중립자 역할 지키지 못하면 노사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유럽 노동 운동가들의 충고에 얼마나 접근해 있는 지 자문해 볼일이다. <최형욱 기자(산업부)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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