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0월 14일] '비올 때 우산 빼앗지 말라'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첫 라디오 방송을 통해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비올 때 우산을 빼앗지 말라’며 불안심리 진정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최근의 경제난이 미국 금융위기에서 시작되기는 했으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원ㆍ달러 환율 폭등에서 나타났듯이 경제주체들의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프로를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ㆍ기업ㆍ금융기관ㆍ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제적인 정책공조로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기업은 오늘 어렵더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금융기관에는 일시적 자금난으로 중소기업 등이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비오는 날 우산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국민들에게는 해외소비 대신 국내소비를 늘려줄 것을 당부하면서 큰 우려와 달리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라디오 연설은 대통령이 나서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부도기업 5만8,000개에 실업자를 무려 149만명이나 양산한 혹독한 외환위기를 겪은 국민으로서는 아무리 11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해도 쉽게 불안감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용 외환보유액이 외환위기 때의 27배나 되고 4ㆍ4분기부터 유가하락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며 기업 부채비율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낮아 기업체질이 개선됐다. 지금과 같은 외부충격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대통령이 호소한 라디오 담화와 약속이 실현될 때 국민적 신뢰가 살아나고 경제 역시 필요 이상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실기하지 말고 위기가 심할수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노변담화’가 당면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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