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기침체 그림자를 걷으려면

윤우진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연초 이후 한때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부동산시장 과열과 유가 재급등 등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딜레마에 빠져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제연구기관들도 지난해 말의 예측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있다. 국제유가라는 통제 불가능한 대외악재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더욱 아쉽기만 하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유가가 지난해 말의 예측치를 유지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4% 중반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을까. 양적인 성장 한계에 부딪혀

경기의 흐름만 보면 좋아지는 면이 없지는 않다. 다행히 민간소비가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도 당초 예상보다는 순항하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면 수출일변도의 성장에서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성장으로 회귀하면서 과도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진다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성장이 축소균형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민간소비가 5~6%, 설비투자가 8~10% 정도 증가해야 하는데 여러 여건으로 볼 때 당분간은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들의 70%가 현재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경영 일선에 있는 총수들이 진정으로 이같이 느낀다면 단기적인 실물경기의 흐름에 관계없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들이 향후 경제전망의 기조를 비관적으로 본다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CEO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위기의 근저에는 우리 경제가 양적인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으나 기술과 혁신을 통한 질적인 성장은 요원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전문인력 양성에 고민해야 할 대학 교육은 아직도 입시전형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비효율적인 교육제도로는 앞으로 수만명 혹은 수십만명을 먹여 살려야 할 첨단인재가 제대로 배출될 것 같지도 않다. 제조업은 점차 쇠퇴해가고 있으나 자본 축적을 통한 새로운 성장주도 산업이나 서비스업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경제의 개방화가 진행됨에 따라 투자와 소비는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라 해외로 나가고 있다.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경제시스템의 단절 현상과 소득 및 고용의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통합기반이 저해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역사를 보면 성숙기를 거치면서 한두번은 중장기적인 불황이나 경기침체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그때 그때의 대내외 도전에 대응해 나름대로의 장점과 저력을 살려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기술·혁신 통한 발전 모색을

구조조정을 통한 신산업 육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 국제적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의 창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이해와 갈등의 조정, 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적 보장제도의 구축 등이 그것이다. 전환기의 구조적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 경제주체들이 해야 할 일은 많으나 남은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시장친화적이고 혁신적인 정부, 세계적인 경쟁력과 브랜드를 가진 기업, 열린 마음을 가진 개방형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거듭 태어나 새로운 부국강민(富國强民)의 길을 열 때 경기침체의 그림자는 차츰 걷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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