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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조차 뜻대로 할 수 없었던 비운의 왕, 사랑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는 천재소년, 천재소년을 조종하는 그, 결혼을 하루 앞둔 영화감독 지망생, 신라시대 최고의 남자기생. 2013년, 배우 정상윤은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찾아왔다.
최근 뮤지컬
정상윤은 “영화보다 공연이 훨씬 임팩트가 있었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소설에선 김수혁의 진술이 원래 세 번 나와요. 영화에선 중간에 하나를 뺐는데 공연에선 이것을 집어 넣었죠. 그런 부분들을 관객들이 훌륭하다고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라며 ‘JSA’의 좋은 결과에 뿌듯해했다.
정상윤은
그는 “우리가 초연이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한 과정 속에서 한 작품이 태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연습과정이나 상황들이 많이 힘들거든요.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의 성장과 배움, 쾌감은 분명히 있죠. 작품이 사랑을 많이 받을 수도 많이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게 좋아요”라고 창작뮤지컬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비교적 힘든 창작뮤지컬에 참여하는 심적 부담은 없을까. 정상윤은 “부담 보단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 기대감과 떨림이 있어요. ‘100% 힘들텐데… 그래도 해야지’ 이런 것들? 창작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성을 건들여요. ‘JSA’ 경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고통이잖아요. 눈물이 나면서도 화가 나는 작품이죠. 풍월주도 사랑, 우정 등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것들을 표현하고요. 정말 단순한 것을 깊이 다루는 작품이라 좋아요”라며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최근 몇 달간 정신없이 빠듯했던 일정을 소화한 정상윤은 살이 조금 빠져 보였다. “제가 먹는 거를 좋아해요. 술 마시는 거랑 사람들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맛있는 거 먹고 술 한잔하고 이런 걸 정말 좋아해요. 사실 이번에 말도 안 되는 스케줄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때 한번 살 빼보자’ 해서 밤에도 안 먹고 운동도 조금 하니까 금방 빠졌어요.”
작품과 관련된 질문에 조곤조곤 설명하는 모습에서 그의 진지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 지 궁금했다. “둘 다 있어요. 진지함도 있고 유쾌함도 있고.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요. 말이나 호흡 쪽으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편이에요. 즐겁고 유쾌하지만 진지함도 있고”라고 답하며 웃었다.
유쾌한 역에서 진지한 할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정상윤의 얼굴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는 평범한 얼굴이에요. 비어있는 얼굴이랄까. 너무 잘 생기면 캐릭터의 역할을 막고, 너무 개성 있게 생겼다 하면 그쪽으로 치우치잖아요. 오히려 저는 적당한 거 같아요. 적당하게 비어있고 평범하게 생겨서” “아, 제가 머리를 올리고 내리고의 인상 차이가 크게 나거든요. 여기 눈썹이 되게 진해요. 인상이 강해서 이마를 보이면 더 날카롭고 강해 보이고 앞머리를 내리면 그나마 순해 보이는? (웃음)”라며 스타일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또 “ <오페라의 유령> ‘라올’할 때랑 <쓰릴미> ‘리차드’ 할 때만 앞머리를 올렸어요. 그런데 머리스타일이나 얼굴 분장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인데 캐릭터가 다르게 다가올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외형적으로 변화를 주기 보단 연기적으로 느낌이든 캐릭터든 다르게 다가올 때가 베스트인 거 같아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고요”라고 외모가 아닌 연기로써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에게 출연한 모든 작품이 소중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애착가는 작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아무래도 제일 오래한 ‘쓰릴미’지 않을까요. 네이슨 역할은 세번을 했었고 리차드까지 한번 했으니까 애착이 많이 가죠. 오페라의 유령도 생각나고…. 제게는 다 소중한 작품이에요. 안 소중했던 작품은 없었던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정상윤에게 무대 오르기 직전의 특별한 습관이 있을까. 그는 “우선 핸드크림 바르고요.(웃음) 목을 많이 풉니다. 작품이랑 역할 생각 많이 하고, 사람들이랑 장난도 치고요. 공연시간이 가까워지면 집중하는 편이에요. 여러 공연을 해왔지만 뒤에서 무대 등장하기 직전에 나즈막히 얘기하는 게 하나 있어요. ‘지금은 나는 열이다’하고 나가요. ‘JSA’할 때는 ‘나는 김수혁이다’.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네이슨이다’ ‘나는 리차드다’ 그 말 한마디가 정신을 ‘확’ 모아주는 느낌이에요. 그 사람으로서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하는 제 습관인 거 같아요 ”라며 본인만의 주문을 건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강하고 내용이 있는 작품에 매력을 느낀다는 정상윤은 “바보든 멋진 귀족이든 악역든 몸이 불편한 사람이든… 어떤 역할이든 다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배우요. 변화한 것 없이 매번 평범하고 싶진 않아요. ‘이 역할이 저 역할이 같은 사람이었구나’. 배우로서 그게 제일 좋은 말이고 칭찬이지 않을까요”라며 변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상윤은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통해 어떤 역할이든 무대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연말이니까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요. 회식이 많을테니까요. 그리고 감기 조심하세요. 앞으로도 저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며 팬들에게 다정다감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올해는 산타클로스 변장을 안 해도 된다며 정상윤은 안도했다. 사뭇 진지하던 그는 딸아이 이야기에 줄곧 미소짓는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였다.
“몇달동안 계속 바빠서 집에 막 거의 못 있었더니 아기가 낯설어하더라고요. 막 모른 척 해서 되게 슬펐어요. 그것 때문에 한번은 아이한테 제대로 삐쳤었죠.(웃음). 요즘엔 다시 친해져서 아까도 같이 뽀로로 보다 왔어요. 당분간 공연은 많지만 낮에는 쉴 수 있으니까 아이랑도 많이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제 21개월 됐는데 많이 커서 말도 곧잘 해요. 다행히 아직 산타클로스를 모를 때라 올해는 산타클로스 변장을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웃음)”
진지함 속에 유쾌함을,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을 가진 배우 정상윤은 어떤 역할이든 어떤 무대든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연기로써 발전하고 변화하고 싶다는 그의 소신이 그를 ‘믿고 보는’ 배우 정상윤‘으로 만든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