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반기 IPO시장 안갯속으로

증시 급랭에 기업들 "상황 지켜보자… 내년으로 연기할 수도"


주식시장이 급랭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상저하고' 흐름으로 살아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IPO 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올 상반기 상장된 기업은 13개(유가증권시장 1개, 코스닥시장 1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개에 비해 늘어 IPO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다. 특히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0~40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최소 3~4개의 기업이 하반기 상장 의사를 밝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조기 출구전략 발언과 중국 경기 부진에 증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반기 IPO 시장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 상장하는 유가증권시장이 지금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심사청구서를 낸 기업은 현대로템이 유일하다. 현대로템은 지난 10일 상장심사를 통과했으며 이에 따라 빠르면 8월께 상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현대로템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상장이 연기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언제까지 상장하겠다고 정해두지도 않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연기됐다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올해 내에는 상장을 한다"고 밝혔다. 기업은 예비상장심사승인 이후 6개월 이내 상장을 마쳐야 한다.

관련기사



당초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했던 현대로지스틱스ㆍ미래에셋생명ㆍSK루브리컨츠 등도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시황도 그렇고 목표주가에 다가가려면 제반 요건이 좋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면서 "구체적인 결정은 이달 말 전후 나오겠지만 여차하면 내년으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도 "지난달 말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상황이 더 나빠졌다"면서 "아직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무리해서 갈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유가시장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현재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하고 상장을 준비하는 업체는 나스미디어ㆍ케이지이티에스ㆍ파이오링크ㆍ금호N.T 등 네 곳이다. 또 하반기 승인심사를 앞둔 기업은 12개다. 이들 기업은 당장은 기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상장된 기업의 주가 흐름이 좋았던 점도 이들 기업의 상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7월18일 공모를 앞두고 기관투자가들과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있는 나스미디어 관계자는 "공모가격이 밴드 하단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면 예정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곧 상장을 앞둔 업체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에 따라 하반기 IPO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파이오링크(상장예정일 8월5일)의 상장 주간을 맡고 있는 LIG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모 시점까지 아직 한 달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공모를 하기 전에 시장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다면 상장은 예정대로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고병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