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의 안보적 영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ㆍ식량ㆍ생태계 등 자연자원 불균형의 발생,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선 변화와 도서국가의 영토상실, 환경난민 발생, 이로 인한 이주민 증가 등은 기존 정치ㆍ경제적 안보불안 요인을 더 악화시킨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국제 기후변화 안보협상 적극 참여해
이에 따라 최근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돼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안보 의제화 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0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최초로 기후변화와 국제안보에 대한 특별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유엔 총회에서 이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고 2011년에는 이 문제에 대한 안보리 논의가 다시 개최돼 의장 성명이 채택된 바 있다.
EU는 홍수와 질병ㆍ기근으로 대규모 환경난민이 발생하고 기근과 작황악화 때문에 식량ㆍ물ㆍ에너지에 대한 경쟁이 격화될 것에 주목하고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집단적 안보 이슈'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EU 이사회는 2008년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환경적 변화의 위험들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EU의 정치ㆍ안보적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안보'문제로 규정하면서 적극적인 기후외교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U는 기후변화를 안보적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고 향후 기후안보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할 경우를 대비해 이에 대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기후안보 문제는 유엔 안보리 정식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주요한 국제적 어젠다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 고갈과 국제공유 하천 관리를 둘러싼 갈등 등 물 안보와 함께, 이상기후로 인한 식량수급의 불균형 문제 등 식량 안보,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선 변화와 도서국가의 영토 상실로 제기되는 해양분쟁, 가뭄이나 토양침식ㆍ사막화ㆍ삼림파괴 등에 따른 기후난민의 대규모 발생 등이 기후안보의 주요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녹색성장 분야에서 최근 많은 국제적 성과를 달성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안보 의제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하는 EU와 기후안보에 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기후변화의 안보 의제화에 소극적인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건설적인 중재자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올해부터 모든 당사국에 대해 의무감축을 전제로 한 신 기후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유엔 기후변화 협상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신 기후체제 논의에서는 그동안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던 우리나라에 대한 감축 관련 압력이 증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소극적 협상 자세에서 벗어나 신 기후체제에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감축 부담과 방식에 대한 입장 정립이 시급하다.
중개자 역할 강화하고 국익도 챙겨야
아울러 동아시아 지역협력 차원에서 기후안보에 관한 의제를 발굴해 역내 기후변화 취약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자원 관리, 식량안보 등의 분야에서 역내 개도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ㆍ중앙아시아 개도국들과 수자원 관리와 식량안보 분야에서 우리의 개발협력 정책과 연계한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바야흐로 국제사회는 기후안보를 논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기후외교를 추진한다면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신뢰외교'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