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이기자] 식품

장수제품 새단장 소비자 입맛 잡는다<br>기존 상품 브랜드파워 활용한 '리뉴얼 마케팅' 활발<br>롯데 껌·해태 연양갱·농심 짜파게티등 '화려한 부활'

지갑이 두둑하면 이것도 사 먹어 보고 저것도 사 보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제품으로 팔을 뻗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지면 굳이 입맛에 맞지 않을 위험이 있는 신제품을 구입하기 보다는 실패의 위험이 없는 제품, 즉 이미 오랜 시간동안 맛이 검증된 제품을 찾게 된다. 이 같은 불황기의 구매 패턴에 맞춰, 식품업계는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기 보다 기존의 장수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십분 활용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부응하는 ‘리뉴얼 마케팅’이 한창이다. 스테디셀러 제품을 마케팅의 최전선에 내세워 기존 고객들을 붙잡는 한편, 겉포장 리뉴얼이나 품목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타깃으로 소비층을 확대하는 전략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젊은 소비층의 다변화된 취향을 따라잡아야 하는 제과업계. 롯데제과는 최근 껌 제품 가운데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쥬시후레쉬’,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등 3종 제품과 ‘가나초콜릿’, ‘빼빼로’등 오랜 장수제품들이 모처럼 디자인을 바꿨으며, ‘칸쵸’는 얼마 전 전용 캐릭터까지 제작해 새롭게 10대 소비층의 관심 끌기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순매출이 전년비 5% 이상 성장하고 있는 주요인을 장수제품의 호황에서 찾는다. 60년된 연양갱과 30년이 넘은 맛동산, 에이스 등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 특히 지난 45년 첫 출시된 ‘연양갱’은 월매출 10억원 수준이던 제품이 TV광고와 리뉴얼 성공에 힘입어 월 35억원이나 팔려나갈 정도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에이스’ 크래커 역시 건강과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요즘 소비 경향을 반영한 저칼로리 리뉴얼 제품 ‘에이스 라이트’를 추가로 선보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이스크림 ‘부라보콘’ 역시 지난 봄 새롭게 업그레이드해 올해 성수기에 짭짤한 이득을 올렸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농심은 스낵 뿐 아니라 라면 시장에서도 장수제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농심이 올들어 손보인 제품은 기존 ‘새우깡’에 쌀을 21% 첨가하고 포장을 바꾼 ‘쌀새우깡’과 ‘쫄병스낵’의 새로운 라인 ‘꿀쫄병’, 자장면류 1위 브랜드인 ‘짜파게티’의 20주년을 맞아 매운 맛으로 새롭게 선보인 ‘사천요리 짜파게티’ 등 브랜드 확장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신규 브랜드를 알리는데 드는 막대한 광고, 판촉비용을 절감하면서 기존 브랜드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손쉽게 신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확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편 최근 경기침체로 술 소비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불황을 실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숙취해소음료 시장. 업계 선두인 CJ㈜는 이에 따라 지난 5월 숙취해소 기능을 강화된 ‘컨디션 ADH’를 리뉴얼 출시해 침체된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기존의 ‘컨디션F’보다 음주 후 숙취의 원인이 되는 알코올 및 아세트 알데히드의 분해능력을 2배 이상 높인 제품으로, 92년 제품 첫 출시 이후 꾸준히 사용해 온 원료를 과감히 교체했다. 과감한 리뉴얼에 힘입어 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은 지난해 600억원에서 올해는 700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보고 있다. 물론 눈에 띄는 리뉴얼 작업이 없어도 잘 팔리는 장수 제품들도 있다. 어려웠던 시절 즐겨 먹던 제품에 대한 옛 향수가 불황의 한파와 함께 소비자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과업계 단일품목 최초로 누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올 연말까지 한 해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인 8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조금씩 제품의 맛과 포장을 소비자들 구미에 맞도록 개선해 가며 꾸준한 마케팅을 벌인 결과다. 빙그레의 바나나우유도 출시 3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정정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 가공 우유로서는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제품은 하루에만 평균 90만개씩 팔려나가는 대표적인 효자 장수제품. 올들어서는 특히 젊은 광고와 신세대 소비층을 겨냥한 온라인 마케팅으로 장수 제품인 ‘바나나우유’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핵심 소비층인 대학생을 겨냥해 모델 김래원을 기용한 코믹 광고를 제작,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데 이어, 브랜드 사이트(www.bingba.co.kr)인 빙바시티를 개설, 1개월만에 100만명 이상의 방문자와 15만명 이상의 회원 등록을 이끌어내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기존 제품의 브랜드 후광효과를 활용하면 마케팅 비가 절감되면서도 훨씬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앞으로도 각 업체들은 전혀 새로운 신제품 출시보다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낯灼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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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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