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수출 이대로는 안된다] <하> 장수만 있고 병사가 없다

대기업 경쟁력 받쳐줄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 늘려야<br>中企들 하청업체 전락 납품전념 기술 장벽 못넘고 수출비중 추락<br>일류상품 만들고 시장 주도하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 육성 시급




SetSectionName(); [한국수출 이대로는 안된다] 장수만 있고 병사가 없다 대기업 경쟁력 받쳐줄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 늘려야中企들 하청업체 전락 납품전념 기술 장벽 못넘고 수출비중 추락일류상품 만들고 시장 주도하는 글로벌 '히든 챔피언' 육성 시급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전쟁터에서 아주 탁월한 한 명의 장수가 100명, 200명의 적군은 무찌를 수 있지만 1,000명, 2,000명을 상대하기는 버겁다. 전쟁에서 장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뒤를 받쳐줄 병사가 없다면 역량이 발휘되기 힘들다. 병사가 부족한 전쟁은 승산이 낮다. 수출을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한다. 그 만큼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의미다. 세계 곳곳의 수출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은 탁월한 몇 명의 장수가 시장을 뚫고 전진하고 있지만 뒤를 받쳐줄 병사가 없는 취약한 상황이다. 전쟁터의 장수에 비견되는 대기업에 집중된 수출구조에 따른 일부 대기업의 후퇴가 국가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구조다. 중소ㆍ중견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대기업이 중소ㆍ중견 기업에 손해보지 않을 정도의 마진만 주면서 하청업체 역할만 강요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도 하부구조가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튼튼한 중소ㆍ중견 글로벌 기업이 많아야 경제 규모도 커지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달러, 4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한 대기업 계열 경제연구소 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혁신형 중소ㆍ중견 기업을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이는 수출 한국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기도 하지만 대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하청업체로 전락한 중소기업, 기술장벽 못 뚫어 수출 비중 추락=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88%인 1,088만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중소기업 고용기여도의 88%는 미국(50.%), 영국(58.8%), 대만(76.5%), 일본(77.8%)보다 높다. 특히 경제가 나쁠 때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빛을 발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90만개의 일자리를 줄일 때 중소기업은 28만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하지만 수출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기여하는 비중은 지난 1995년 39.6%에서 2008년 30.8%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수출품목 편중현상이다.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중소기업의 전기전자제품 수출비중은 2002년 39.7%에서 2006년 29.6%로 10%포인트가량 급감했다. 기계류 수출도 1995년 21.1%에서 2001년 37.0%까지 높아졌다 2006년 21.6%로 하락했다. 반면 생활용품 비중은 1995년 83.9%에서 2006년 93.6%, 농림수산은 같은 기간 66.1%에서 74.1%로 상승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곳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ㆍ중견 기업이 만드는 세계일류 상품이 없다=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종속적인 계열화 관계가 고착돼 있다.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원가를 파악한 후 죽지 않을 정도의 이익률만 허용한다. 납품단가 인하와 불안한 납품수량 확보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불가능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세계 일류화 상품을 파악한 결과 대기업은 기업당 4.1개 품목을 갖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4분의1 수준인 1.1개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대기업이 책임지는 구조인데 대기업은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기술발전, 치열해지는 경쟁 등으로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평균 존속기간은 1930년대 80년에서 1950년대 35년, 2008년에는 15년으로 짧아졌다. 대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중소ㆍ중견 기업이 없는 불안한 수출구조로는 세계 시장점유율 3%대를 유지하기 힘들다. ◇글로벌 경쟁력 갖춘 중견ㆍ중소 기업, 히든 챔피언을 늘려라=외국에는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중견ㆍ중소 기업, 이른바 히든 챔피언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전세계 1,000대 기업의 R&D 지출 4.2%보다 높은 5.9%를 R&D에 투자하면서 기술혁신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히든 챔피언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995년 30.2%에서 2005년 33.0%로 유럽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36.7%에서 38.4%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역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의 시장확대를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하부구조인 중소ㆍ중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 특히 대기업이 나서서 중소기업을 이끌어야 한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엄브렐러 시스템을 통해 하청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 중에는 규모는 작지만 대기업보다 탄탄한 시장 입지를 확보한 기업들이 많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대로 가면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수출 역량 차이를 극복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무역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출, 이대로는 안된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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