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 & Story] 홍기정 모두투어네트워크 사장

"빈 곳간 보고도 믿음 준 직원들이 성장가도 주역"<br>2008년말 '악재 종합세트'에 월급반납등으로 정면돌파<br>"경영자는 돈 제대로 쓰는 것도 중요" 성과급은 두둑이<br>"통역안내원으로 여행과 인연…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죠"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艸木知ㆍ바다를 보고 맹세하니 고기와 용이 내 뜻을 알고 움직이며 산을 보고 맹세하니 풀과 나무가 내 뜻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들을 믿고 소신 있게 뚫고 나갔기에 오늘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부터 2년여간 환율 및 유가 급등, 인플루엔자 A(H1N1ㆍ신종플루) 대유행 등 여행업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다. 그런 상황에서 모두투어는 임직원들이 월급 일부를 반납하고 무급휴가를 감내하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해 올해 1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1,437% 증가한 50억원을 달성했으며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늘어난 252억원을 기록했다. 이 모든 성과는 직원들이 사장을 믿고 따라와준 덕분이라며 직원들에게 공(功)을 넘긴 홍기정(57ㆍ사진) 모두투어네트워크 사장은 "사람을 대하는 것은 거울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로 사장과 직원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을 어떻게 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존재도 결정된다고 본다"며 "직원들을 귀하게 여기고 대접하면 직원들도 사장을 소중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따라주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은 국내 여행업계의 산증인인 홍 사장이 업계에 첫발을 디딘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그는 1970년대 말 강남 압구정동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영어 족집게 강사였으며 그런 유명세를 타고 현대외국어학원을 차려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있는 것 같아요.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의 과외금지 조치로 재수학원 외에는 일절 운영할 수 없게 됐거든요. 과외금지 조치가 없었으면 지금쯤 학원 재벌이 됐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저마다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요. 덕분에 저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으니까요." 졸지에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그는 우연히 따놓은 영어통역안내원 자격증을 호구지책으로 삼았다. 1980년에 가장 잘 나가는 고려여행사와 대한여행사에 이력서를 넣자 고려 측에서 연락이 왔다. 캐나다 참전 용사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통역안내원이 필요했던 것. 홍 사장은 고민할 것도 없이 수락했다. 그렇게 여행과 첫 인연을 맺은 홍 사장은 여행업에서 짧은 시간 내에 능력을 인정받았다. 1983년 9월27일 관광의 날에 치러진 관광경진대회에서 영어안내원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금메달을 따고 나니 여행업 분야에서 전설적인 국민 안내원이 돼야겠다는 결심이 서더군요." 여행업은 점점 홍 사장 인생의 중심부로 자리잡게 된다. 그의 인생이 또 한번 변신하게 된 계기는 1989년에 찾아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해외 여행이 자유화된 데 힘입어 고려여행사 출신 17명이 함께 국일여행사(2005년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개명한 모두투어네트워크의 전신)를 차렸다. 국일여행사는 철저한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처음 내놓은 상품이 남미ㆍ아프리카ㆍ지중해ㆍ남태평양 여행 상품이었습니다. 각각 2주일이 넘는 일정에다 직장인 평균 월급이 40만여원이던 당시에 여행상품 가격이 서민 아파트 한 채 값인 700만원이었지요. 다들 상품이 팔릴지 반신반의했지만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이 왔고 결국 첫 출시 상품이 우리 이름을 업계에 알리는 발판이 됐습니다." 홍 사장은 여행업에 몸담은 지난 세월 동안 IMF 외환위기 사태, 9ㆍ11테러, 쓰나미, 사스(SARS) 등 숱한 어려움에 직면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을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2008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여행 침체기는 '악재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기"라고 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9월부터 모두투어는 분기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의 임금을 직급별로 30~50% 깎았다. 금융위기 발생 당시 부사장이었던 그는 위기의 와중에 2009년 1월 사장 자리에 취임, 소방수로 나서야 했다. 취임하자마자 2009년 1ㆍ4분기에는 전 직원을 3개 조로 나눠 한 달씩 무급휴가를 의무 사용하게 해 급여를 30% 줄이는 등 10월까지 비상경영이 계속됐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흑자가 발생했어요. 무급휴직으로 임금 부문에서 줄인 38억원 외에 통신비ㆍ전기료 등에서 3억원을 절약하게 됐지요." 홍 사장은 직원들의 희생과 양보 덕에 생긴 흑자인 만큼 전 직원들에게 20만원씩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비록 큰 돈은 아니었지만 비상경영 중인 지난해 4월27일 예상치 못한 성과급을 손에 쥔 모두투어 직원들이 받았을 감동은 미뤄 짐작할 만하다. 홍 사장은 "경영자가 돈을 잘 버는 것은 기술이지만 돈을 제대로 잘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여행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홍 사장의 돈 잘 쓰는 예술은 계속됐다. 전 임직원에게 올 2월에는 총 2억2,500만여원의 설 귀성비, 3월에는 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홍 사장은 "외부에서는 빈 곳간(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보여준 사장의 리더십 운운하지만 빈 곳간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사장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더 훌륭하고 고마운 것 아니냐"며 시종일관 직원들에게 깊은 신뢰와 고마움을 표시했다. ■ 홍기정 사장은… ▦1953년 서울 ▦1977년 건국대 영문과 졸업 ▦1977년 현대외국어학원 대표강사 ▦1989년 ㈜모두투어네트워크(옛 국일여행사) 창립 멤버 ▦1995년 영업본부장 ▦1999년 기획관리부 본부장 ▦2001년 부사장 ▦2009년 1월~ ㈜모두투어네트워크 사장
"2015년 국내1위 여행사 등극 자신"
올 영업익 105억 목표 모두투어는 올 들어 국내외 관광환경이 회복되는 데 힘입어 올 경영목표를 지난해보다 크게 늘려잡았다. 패키지 관광 62만명 송출, 매출 890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이 모두투어의 올해 경영목표다. 온갖 악재로 지난해는 매출 614억원, 영업이익 23억6,000만원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이 정도의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그동안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장과 패키지 시장에 집중했으나 앞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 설립한 모두투어인터내셔널을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의 강자로 육성할 계획이다. 창립 1년 만인 지난해 이미 중국인 모객 부문 1위를 기록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국제회의 전문가와 인센티브 관광 전문가를 대거 양성ㆍ배치해 MICE(Meetings, Incentives, Conventions, Exhibitionsㆍ전시 및 이벤트) 시장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럭셔리 여행을 담당하는 JM사업부('주얼리 모두'의 약자)와 법인사업부에 역량을 집중해 부가가치가 높은 여행상품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홍 사장은 "특히 올해는 발권 수수료 폐지와 본격적인 한ㆍ중ㆍ일 크루즈 노선 판매가 맞물리면서 크루즈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카리브해 크루즈와 지중해 크루즈가 커미션 폐지 시점을 기준으로 급성장한 선례로 볼 때 우리나라에도 크루즈 여행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후 모두투어의 미래도 홍 사장에게는 장밋빛이다. 홍 사장은 "직원들의 1인당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데다 직원의 85%가 관광 관련 학과 출신인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오는 2015년에는 대한민국 1위 여행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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