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에서 해외 담배제조업체 대신 해외 수출업자(딜러)와 계약을 맺은 국내 업체에 인가를 내주면서 담배 수입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해외담배의 경우, 한국필립모리스 등 외국업체가 직접 진출하거나 해외 제조업체와 국내수입업체가 1대1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해외 딜러와 계약을 맺게 되면 다수의 업체가 난립해 가짜 담배가 유통되는 등 시장혼란과 함께 소비자피해도 발생할 우려가 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담배수입판매업체인 D사는 지난 2003년부터 독일 제조업체와 말아 피는 담배(각련)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서울시의 인가를 받아 국내 시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담배수입판매업체인 A사가 동일한 담배에 대해 경기도청의 인가를 받아 판매에 나서면서 마찰이 발생했다. A사는 독일 제조업체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수출업체, 이른바 해외딜러업체와 독일담배 수입 계약을 맺었다. D사는 A사가 수입판매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도 경기도청의 착오로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D사 측 관계자는 "A사는 말레이시아 딜러업체와 계약을 맺어 한국어로 된 담배 경고문구 등의 표기가 없는데다 말레이시아에서 얼마나 오래 보관했는지 알기도 어려운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의 해당 담배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5조 1항에는 '담배수입판매업의 등록을 하려는 자는 담배수입판매업등록신청서에 외국의 담배제조업자와 체결한 담배 공급계약서를 첨부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칙대로라면 A사는 담배수입판매 허가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경기도청에서는 해외담배제조업체를 해외의 수입판매업체로까지 폭넓게 해석해 A사에 판매 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에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해외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하지 않으면 인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경기도청에서 예외 사례가 발생하면서 해외 딜러와 계약을 맺은 뒤 담배수입업을 하려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외 딜러와 계약을 맺어 담배를 판매하는 업체가 증가할 경우 밀수품 매매, 불량담배 유통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에 국내 수입업체의 계약 상대방으로 '해외 제조업체'를 명시한 이유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것"이라며 "해외 딜러는 밀수업자일 수도 있고, 가짜 담배를 정품인 것처럼 유통할 수도 있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담배 사업을 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D사의 문제 제기를 받고 유권 해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