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진당 해산' 선고] 모든 현안 집어삼킨 '블랙홀'… 연말 정국 이념전쟁 격랑속으로

● 새누리

새정치연합까지 싸잡아 겨냥… 정국 주도권 잡기 공세 고삐

● 새정치

"정치결사의 자유 훼손 우려" 충격속 재보선 싹쓸이 기대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 선고가 열린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김재연(왼쪽 세번째), 이상규(〃 두번째) 의원과 당원 등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판결문을 듣고 있다. 재판관 9인 중 8인의 인용 의견으로 통진당은 해산 결정됐다. 국회의원 5인(이석기·김재연·김미희·이상규·오병윤)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권욱기자


정치권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강력한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 결정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와대 비선 라인 인사개입 의혹 등의 정치현안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생법안과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을 놓고 벌인 여야의 대치정국이 헌재의 정당해산 정국으로 급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 '환영', 새정치연합 '존중'=새누리당은 이번 결정을 놓고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보여준 새정치민주연합-통진당의 야권연대를 지적하며 야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과거 야권연대를 빌미로 새정치연합이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올해 말 정당해산 정국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반응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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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으로 이 사회 전복을 기도할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렇게 나쁜 정당이 우리 사회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새정치연합의 486 의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통진당과 새정치연합의 관계를 부각시켰다. 그는 "여러분들은 통진당과 이석기 세력의 본질을 알면서도 그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과거의 동지였다고 두둔하고 비호했다"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방패로 종북주의 폭력혁명세력을 감쌌다"고 몰아붙였다. 지난 19대 선거에서 보여준 야권연대와 486 의원들과 통진당과의 관계를 파고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의 공세에 원칙적인 입장만을 내놓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헌법적 가치의 최후의 보루는 헌법재판소"라며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는 정당의 자유를 포함한 결사와 사상의 자유인데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지만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 기초인 정치결사의 자유가 훼손된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정당해산은 국민의 정치적 판단에 맡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충격 불가피=새정치연합은 그동안 통진당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입게 될 충격이 예상외로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예비경선이 내년 1월7일로 예정돼 국정조사 요구와 청와대 비선 인사개입 의혹 등에 화력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여당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또 당권 도전자들의 이념적 노선도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진당 사태 이후 진보적 가치보다는 중도로 이동하는 모습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여당의 공세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3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당이 과거의 야권연대와 종북 논란을 확대하고 재생산하게 되면 야당 내부의 반발이 불거져 민생법안 처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며 "더욱이 모든 의원이 당 대표 선출과 최고위원 선출에 정신이 팔려 있는 만큼 쟁점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성남 중원(김미희 의원)과 서울 관악을(이상규 의원), 광주 서구을(오병윤) 등에서 의석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진당이 나서지 못하는 만큼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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