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더지길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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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인 소재가 미술계에서 인기다. 캔버스에 싸리나무를 촘촘하게 박아 부조처럼 돌출된 평면작업을 만들어 온 작가 심수구(56) 씨가 19일부터 박영덕화랑에서 초대전을 연다.
그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울산에서 작업하며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탓에 서울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다. 지난 2004년부터 출품했던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와 ?른 아트페어에는 첫날 매진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모더니즘 추상회화를 하던 작가가 나뭇가지를 소재로 선택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아무런 채색없이 싸리나무를 자르는 각도와 배열방식에 따라 모양을 내고 색깔을 달리하는 그의 작품은 시골집 마당 한 구석에 쌓아 둔 장작더미를 떠올리게 한다. 투박하지만 한가로우면서도 성실한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자연을 닮은 그의 작품은 수백개 혹은 수천개의 나무 조각을 일일이 깎고 다듬는 노동과 인내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자연을 닮은 모호한 형상을 빚어내는 과정을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우연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양의 미술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의 작품은 19세기 후반 활동했던 조르주 쇠라, 폴 시냑 등 점묘파 화가들의 방식과 비교된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무수한 점을 찍어 그린 산이나 구름 등의 형상을 담고 있어서다.
전시에는 그 동안 소개했던 자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평면작품 중 미발표 신작과 대규모 설치작업 등 2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29일까지. (02)544-8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