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5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발표되자 월가의 몇몇 분석가들은 미국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에 진입했다며 흥분했다. 이튿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골디락스의 재림과 레이건의 퇴장. 하루 간격으로 벌어진 두 사건이 그저 무관하지만은 아닌 듯 여겨진다.
영국 전래동화에 연원을 둔 골디락스라는 경제용어는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 즉 견실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지칭한다. 90년대 후반 미국의 경기호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말이다. 당시 미국은 95년부터 5년간 4%대의 경제성장을 하면서 실업률은 4.1%까지 하락했지만 인플레이션은 2.9%에 머무는 이례적인 호경기를 누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각종 거시지표들은 미국경제의 뚜렷한 회복세를 시사하면서 90년대 후반의 호시절이 재현되며 골디락스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골디락스 경제는 그 시기상 클린턴 정부의 공(功)이었다고 해석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적지않은 사람들이 80년대 레이건의 경제정책, 즉 레이거노믹스가 그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B급 영화배우 출신으로 화려한 학벌이나 배경도 없었던 레이건이 카터를 누르고 40대 대통령에 취임하던 81년 미국경제는 70년대부터 이어진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건이 금리인하ㆍ감세정책 등 공급주의 경제정책을 실시하며 임기 중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인플레이션 억제 등에 성공, 골디락스 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이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며 조국에 골디락스 경제라는 유산을 남기려는 것은 아닐까. 최근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의 명분을 놓고 경제주체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경제도 골디락스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