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경영 옥죄는 상법개정안

이사의 회사기회 유용금지와 이중대표소송제ㆍ집행임원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은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기업들의 의지를 더욱 꺾는 것으로 다시 손질하는 게 마땅하다. 일부 대기업의 편법상속을 차단하겠다는 입법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마리의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상법개정안 중에는 최저자본금과 사채제도, 주식종류의 다양화 등 진일보한 대책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경영권방어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이사의 회사기회 유용금지’조항은 개악이 아닐 수 없다. ‘회사의 이사가 장래 또는 현재에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해 자기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인데, 회사기회 유용에 대한 개념과 한계가 애매모호해 이현령비현령식 해석이 가능하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손해와 이익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결국 이사들은 결정하는 모든 사업에 광범위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소송남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골치아픈 투자를 꺼릴 게 분명하다. 더구나 현행 법으로도 이런 행위는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만큼 굳이 새 조항을 만들 필요는 없다. 외국투기자본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기업 인수 및 합병)에 대한 보호장치는 소홀히 한 반면 이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바로잡아야 할 대목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마다 주총 시즌만 되면 외국투기자본으로부터 시달리며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는 안타까운 일을 당하고 있다. 경영권방어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도 외국인투자가 사전승인제, 황금주, 의무공개매수제 등을 통해 적대적 M&A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기업들에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채찍을 가하려면 경영권방어라는 당근도 주는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경영권방어에 한해 수조원의 국부가 해외로 새나가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상법개정안은 오는 11월 국회에 상정돼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보완돼야 한다.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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