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뉴스 포커스] "철학없는 잡탕정책" 곳곳서 뭇매

이슈만 나열 '금융선진화 비전'<br>방향성·큰그림은 없어 "금융백서 같다" 쓴소리


금융 당국이 최근 내놓은 '금융 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 보고서가 철학 없는 잡탕 정책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모두 중요하다는 논리로 백화점식으로 이슈만 던져놓다 보니 방향성과 큰 그림은 없고 마치 금융학 개론서나 금융백서와 같다는 것이 쓴 소리의 골자다. ◇큰 은행 한두 개면 금융 리더국가 되나=보고서는 '아시아의 금융 리더 도약'을 금융 비전으로 못박으면서 이를 위해 ▦금융 국제경쟁력 오는 2015년 20위권, 2020년 10위권 내 진입 ▦아시아 톱10 은행 2015년 한 개 이상, 2020년 두 개 이상 확보 등과 같은 정책목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스페인이 방코산탄데르라는 세계 10대 은행을 배출했지만 아무도 스페인을 금융 리더 국가로 평가하지 않으며 아랍권에도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큰손들이 있지만 금융을 리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리더 국가는 큰 금융사를 가진 곳이 아니라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세계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전략 담당자도 "아시아 금융 리더가 비전이라면 적어도 아시아 역내에서 리더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역내 경쟁국과는 어떻게 정책과 서비스를 차별화할지가 제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앞뒤가 다른 정책적 모순=금융 건전성 규제 강화와 대형화ㆍ겸영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내놓은 결론도 자기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전반부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선진국보다 레버리지 비율이 낮고 영세해 현재로서는 대형화를 억제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했다. 또 해외 은행들을 인수합병(M&A)해 적극적으로 현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정책과제 부분에서는 외환 레버리지 규제 도입을 비롯해 레버리지 규제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 금융사들의 체력을 감안할 때 레버리지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형화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더구나 외환 레버리지를 강화하면서 해외 은행을 인수하라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라고 비판했다. 상업은행의 투자은행화를 제한하고 상업은행을 전통적인 이자수익 위주로 경영해야 한다는 주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상업은행이 대출문턱을 낮춰 저신용 계층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 평균 대출금리가 올라가 순이자 마진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자금 담당자는 "정부가 자산건전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하면서 동시에 부실대출 위험이 높은 저신용 대출을 늘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슈만 던져놓고 여론 '간' 보나=금융 당국의 무책임을 꾸짖는 목소리도 높다. 당국이 정책 비전에 확신이 없으니까 금융연구원 등의 발표 형식으로 이슈를 던져놓은 뒤 여론의 반응을 살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일부 은행의 합병 등에 대한 그림을 다 그려놓고 명분을 세우기 위해 연구기관들을 들러리로 삼아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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