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적자 노선 툭하면 결항 왜

김포~포항ㆍ김포~울산 등 탑승률 낮아 수익성 떨어져

경미한 기상악화에도 취소… 고객 불편ㆍ선택권 제한 우려


김포~포항 국내선을 자주 이용하는 K씨는 최근 부쩍 늘어난 김포~포항 노선의 결항사태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포항에서 김포로 가는 국내선 여객기는 단 세 편.

오전11시35분과 오후5시25분 대한항공 여객기와 오후3시45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전부다. 대한항공을 주로 이용하며 마일리지를 모으고 있는 K씨는 최근에만 두 차례 대한항공 여객기의 결항으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타야 했다. K씨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일반적이라면 취소 되지 않을 가벼운 눈으로 취소됐다는 점과 기상이 더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취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운항하고 있는 국내선 노선의 기상 문제로 인한 결항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탑승률이 높아 돈이 되는 김포~제주 노선보다 탑승률이 저조해 돈이 되지 않는 김포~포항 노선이나 김포~울산, 김포~사천 등이 기상으로 인한 결항률이 높다는 것이다. 김포~포항, 김포~울산, 김포~여수 등의 노선의 탑승률은 김포~제주 노선의 절반 수준인 반면 기상으로 인한 결항률은 4~5배에 이른다.


7일 한국공항공사 통계 따르면 10만8,751편의 항공편을 운항한 지난 한 해 김포 출발 국내선 항공편 중 기상을 이유로 결항된 국내선 항공편은 459편이었다. 반면 3,131편 운항에 그친 포항은 기상에 따른 결항 수가 53편에 이르렀다. 김포 출발 국내선 노선이 1,000대에 4대꼴로 결항한 데 반해 포항 출발 국내선 노선의 결항은 1,000대 중 17대 수준으로 1,000대당 비율이 무려 4배나 높았다. 4,976건이 운항한 울산발 국내선 노선도 결항 건수가 78건으로 1,000대 중 16대꼴로 결항했다. 사천·원주발 지방 소도시 공항은 더 심했다. 지난 한 해 1,706건 운항한 김포~사천 노선의 기상으로 인한 결항 건수는 76건이었다. 1,000대 중 무려 45건이 기상으로 인한 회항을 경험한 것이다. 원주발 국내선 항공편도 688대 중 38대가 기상으로 결항하며 1,000대당 55대꼴로 결항했다. 인기관광지인 제주발 국내선 노선의 경우 기상으로 인한 결항은 1,000대당 3대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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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국내선 노선의 결항비율이 높은 것은 해당 노선의 탑승률이 낮아 비행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인기노선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은 무려 87%에 이른다. 반면 김포~울산은 58.3%, 김포~포항은 51%, 김포~사천은 37%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2월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은 무려 93.6%에 이른다. 반면 김포~울산은 46.5%, 김포~포항은 43.2%에 불과했다.

탑승률이 높은 항공노선은 조금의 기상 악화에도 웬만해서는 결항을 시키지 않지만 탑승률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에 대해서는 경미한 기상악화에도 결항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지방공항 관계자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탑승률이 낮아 적자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결항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지방공항의 경우 지방공항으로 오는 연결편이 결항될 경우 이에 따른 추가결항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미한 기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탑승률이 낮은 노선의 결항 결정은 안전이 중시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상사태로 인한 결항을 경험한 한 소비자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같은 상황에서 결항을 할 경우 마일리지 등 특정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 가중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의 제한도 염려된다. 국내선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L씨는 "김포~제주 노선이라면 비행을 강행했을 경미한 기상문제로 결항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 뒤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운항하는데 결항된 대항항공 여객기와 합쳐도 승객이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는 것을 보니 일부러 결항시킨 것 같다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선 노선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공급해야만 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런 노선에서 자잘한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항공사가 입게 될 타격은 치명적이어서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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