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수료 분쟁'에 소비자는 없다?

금융부 조영주 기자 yjcho@sed.co.kr

[기자의 눈] '수수료 분쟁'에 소비자는 없다? 금융부 조영주 기자 yjcho@sed.co.kr 금융부 조영주 기자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싸움으로 소비자들만 바보가 됐습니다.” 주부 정모씨는 최근 이마트 양산점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형 할인점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에 평소 쓰던 비씨카드를 들고 갔지만 “이 카드로는 결제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 정씨는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는 자책만 남았다. 그는 1시간을 넘게 장을 본 물건들을 남겨둔 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카드사들과 가맹점간의 수수료 분쟁이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이다. 카드사와 대형할인점의 갈등에서 시작한 이번 분쟁은 온라인 쇼핑몰, 통신업체 등 대형 가맹점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양측의 대리전으로 펼쳐지는 비씨카드와 이마트의 분쟁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비씨카드는 이마트와의 가맹점 수수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이마트에 오는 9월1일부터 무조건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마트는 이에 앞서 양산점에 대해서는 지난 5일부터, 13일 개점한 파주점은 개점과 동시에 비씨카드를 받지 않고 있다. 카드대란을 겪었던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위주의 영업에서 신용판매 수수료 위주로 영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자를 감내했던 수수료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할인점은 현금서비스 위주로 경영을 펼친 책임은 카드사에 있는데 그 부담을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소비자들의 이익과 편의를 내세운다. 가맹점은 수수료 인상이 상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카드사들은 비정상적인 수수료 구조로 카드사들의 적자가 더 늘어나면 결국 회원들의 이익이 손상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양측의 주장 모두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말처럼 소비자의 이익을 고려하기보다는 소비자를 볼모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할인점들이 카드사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무작정 카드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와서 사고 싶으면 사고 싫으면 말고’라는 식의 발상 같다. 수수료 협상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문제지 소비자의 문제가 아니다. 카드사의 주장이 맞든 아니면 가맹점의 반박이 맞든 양측의 싸움에서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다면 어느 누구도 명분을 얻을 수 없다. 단지 장사꾼의 이해타산으로만 비쳐질 뿐이다. 진정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극한 대립보다는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게 먼저다. 입력시간 : 2004-08-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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