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북 식량지원 신중해야


최근 북한은 미국과 서방국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손을 벌리며 국제식량구걸 행각에 나섰다.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지난달 28∼31일 영국에서 앨턴 상원의원을 만나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며 대북식량지원을 요청했는가 하면 "60년 만에 북한을 강타한 지난해 최악의 한파와 수확량 부족"으로 북한 주민이 심각한 식량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즉각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미국 측에 호소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 구제는 명목상 허울 한편 이러한 북한의 인도주의적 차원 대북식량지원 요청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2011년 북한의 식량수급사정이 그들이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최악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측의 한 농업 전문가는 2010년 가을 수확량과 2011년 초여름 예상 수확량을 합산해서 추정해 볼 때 북한 농촌 자체적으로 400만 톤의 곡물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예년에 비해 나빠지지 않았다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렇게 식량조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른 중요한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구제한다는 명목 하래 내년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김정일을 둘러싼 충성 집권 세력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사하는 이른바 '선물정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측근을 달래는 '선물정치'의 속내에는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에 이는 '3대 세습'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존재한다. 북한의 식량난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우리 정부만 보더라도 햇볕정책 10년간 연평균 7억 달러의 대북식량지원을 해줬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에서 보낸 식량을 군량미로 전용하거나 김정일을 향한 충성에 대한 상으로 측근의 지배계층에게만 분배해왔고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북한 주민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줴기밥(주먹밥)과 쪽잠을 마다하지 않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김정일의 생활은 더욱 가관이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그의 유난스러운 미식가 취향과 호화생활은 상상을 초월한 정도다. 김정일뿐만 아니라 권력승계에서 밀려난 그의 아들들의 사치생활도 국제적인 눈총을 받고 있다. 게다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와달라며 손을 벌릴 때는 언제고 핵무기 제조와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더니 결국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직까지 이에 대해 북측은 재발 방지 약속은커녕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도 없다. 그런 데다 8일 북한은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북한은 9일 북한 노동 신문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참을 만큼 참아왔고 이제 더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망성이 없다"면서 "현대 측이 독점권을 잃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남쪽의 동족대결과 관광파탄책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누가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것인지 참 어이없는 강변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고 있는 원인이 북한의 연이은 불법무력도발 때문이라는 것을 저들은 아예 잊고 있는 듯하다. 북한 당국은 후속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강산 카지노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적지 않게 숨통을 틔워주던 금강산 관광을 통한 외화 수입이 막히자 이제 직접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것 또한 내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행사 준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세습 전략 들러리 될수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대북 식량 지원은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물론 우리가 제공한 식량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배분될 수만 있다면 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과연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인도주의적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 그것은 우리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김정일 부자의 권력세습을 확고히 하는 전략을 돕는 들러리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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