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형선박 발주 뚝… 해운한국 좌초 위기

3년간 발주된 초대형 컨선 291척 중 국내社는 5척뿐 … 경쟁력 약화 불보듯

선박 금융지원 등 서둘러야


한국 해운업계의 대형선박 발주가 사실상 뚝 끊겼다. 대형선박 발주는 세계 선두권 업체들이 불황 극복을 위한 공통된 선택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선박제조 원가가 저렴한 시기임에도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자산을 매각하는 실정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국내 주요 수출산업인 해운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8일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등에 따르면 2011년 4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최근 3년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포스트-파나막스 이상급 컨테이너 선박은 모두 291척으로 이 중 한국 국적 선사가 발주한 선박은 단 5척에 그쳤다. 발주물량이 전체의 1.71%에 불과하다. 파나막스는 약 8만 중량톤(DWT·선박이실제 실을 수 있는 중량), 컨테이너를 싣는 규모로는 약 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을 뜻한다.

세계 선복량 기준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011년 1만8,270TEU 규모의 초대형 선박 10척을 발주해 초대형선박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에 쿠웨이트 등 중동 6개국 연합 선사인 유나이티드 아랍 시핑도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1만8,000TEU 초대형 선박 6척, 1만4,000TEU 컨테이너선 11척 등 총 17척의 대형 선박을 주문했다. 캐나다 선사 시즈팬도 15척에 이르는 1만4,000TEU 선박과 20척의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주문했다. 특히 시즈팬은 내년 초까지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추가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지역 선사들도 공격적인 발주에 나서고 있다. 차이나시핑그룹은 1만TEU급 9척에다 현존 최대 규모인 1만9,000TEU급 선박 4척을 주문했고 싱가포르의 넵튠(Neptune Orient Lines)도 1만4,000TEU급 선박 10척을 발주했다.

관련기사



반면 국내에서는 현대상선이 1만3,100TEU급 선박 5척을 주문하는 데 그쳤다. 국내 1위인 한진해운은 지난 3년간 대형 선박 주문이 아예 없다.

해운업체들의 대형선박을 발주는 같은 운임으로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선박으로 여러 번 운행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높고 연료비 및 항만이용료 등의 절감 효과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운시장은 운임이 낮아 연비와 운영 효율성의 싸움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해운 선진국들이 선가가 낮은 시점을 이용해 대형선박 발주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선박 발주가 부진한 원인으로 선박 금융 지원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덴마크·중국 등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의 자금을 직접대출과 지급보증 등의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선사 CMA-CGM은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에 직면했다가 프랑스정부가 1억5,000만달러를 지원하면서 세계 3위의 선사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사실상 정책적 금융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되고 대안으로 제시된 해운보증기금 설립도 유보되는 등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선주협회 관계자는 "당장 선박 인도가 본격화되는 올해 말부터 경쟁선사들의 대형선박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전향적인 대책이 없는 한 한국이 해운산업에서 변두리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