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6자회담이 나아갈 길

북한이 핵 실험을 한 지 22일 만인 시월의 마지막 날 중국 외교부가 미국과 중국ㆍ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북핵 실험 이후 다급해진 중국의 중재로 북ㆍ중ㆍ미 3국의 6자회담 대표가 베이징에서 비공식회담을 갖고 ‘솔직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6자회담 참가국이 편리하고 이른 시일 안에 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합의가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북한의 7ㆍ6 미사일 발사와 10ㆍ9 핵실험 강행으로 벼랑 끝으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처럼 완고하게 버티던 북미 양국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일까. 물론 중국의 중재역할이 크게 작용한 탓도 있겠지만 미국과 북한의 태도변화가 관건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3자회동 직후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는 데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며 “이르면 11월 초나 12월에 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5차 6자회담 이후 회담 재개의 최대 걸림돌의 하나로 작용해온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놓고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이란 핵문제까지 떠안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로서도 오는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이 비록 금융제재 해제 조건을 내걸지 않았더라도 미국 측이 이와 관련된 모종의 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측케 한다. 한편 북한은 그동안 미국이 먼저 금융제재를 해제해야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집했었지만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서 금융제재 해제는 어쩌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로 인식했고 미국은 미국대로 금융제재가 아니더라도 더 효과적인 유엔 제재가 확보돼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금융제재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하나의 가정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이 예상 외로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더욱 과감한 선택을 했을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기왕에 핵실험을 한 상황이고 자신들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만큼 ‘핵보유’를 전제로 협상에서 ‘배짱’으로 밀어붙일 경우 핵 포기와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의 맞교환이라는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일단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은 핵 실험까지 한 마당에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며 이 회담이 북미간의 핵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6자회담 재개 합의 발표 직후 주중 북한 대사관 관계자도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6자회담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며 “핵 보유 이전과 이후는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 6자회담은 핵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되풀이했다고 한다. 6자회담을 파행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최대의 암초가 바로 북한의 핵 군축협상 제의일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6자회담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북미간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돌출행동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회담이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국간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할 때라야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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