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타이타닉과 세월호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59명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출발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지름길로 가다 암초에 선체가 찢긴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6,825톤급 대형 여객선이 왼쪽으로 기울다 2시간여 만에 침몰한 까닭이다. 침몰 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상당한 충격을 느꼈다는 승객들의 증언, 사고시간이 아침이고 시계도 좋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사고는 102년 전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초대형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연상케 한다. 영국을 출발, 시속 22노트의 전속력으로 미국으로 향하던 4만6,328톤짜리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14일 오후11시40분께 빙산에 선체 옆구리가 80여m가량 찢기면서 2시간40분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위험으로 가득 찬 빙산 지역을 이처럼 최고속도로 달린 데는 국제운송망을 꿈꾸던 모건그룹의 야심이 서려 있다. 세계 해운업계를 제패하려고 영국·미국의 5개 해운사를 통합한 데 이어 더 크고 빠른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얼굴로 내세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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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와중에도 승객들은 "버큰헤이드를 기억하라"는 말을 나누며 여자와 어린아이를 먼저 구했다고 전해진다. 버큰헤이드호는 1852년 2월26일 아프리카 남단 해역에서 암초에 걸려 침몰한 영국 해군 수송함. 사고 당시 여자와 어린이를 구명보트에 먼저 태웠다고 알려지면서 고귀한 전통이 생겼다. 1,513명이 목숨을 잃은 타이타닉호 침몰사고에서도 695명이 구조됐다.

△세월호에서도 배가 급격하게 기우는 위험상황 속에 학생 구조에 온몸을 던진 승객이 있었다고 한다. 배가 기울어지던 30여분 동안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 아래층에 있던 학생 20여명을 높이 6~7m가량의 위층 난간으로 끌어올려 생명을 구해냈다. 반면 세월호 직원들은 배가 기울 당시 10여 차례 "위험하니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려라"라고 방송하며 구명조끼만 나눠줘 더 많은 희생자를 낳고 말았다. /임웅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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