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현대차 남양연구소 가보니] 명품차 도약 핵심은 '주행감' 이죠

더 안전하게… 더 편안하게… 더 강인하게…<br>제네시스 속 철제막대 장착… 운전중 비틀림 방지에 초점<br>업계 첫 타이어시험기 도입… 선회·제동 성능 높이기 총력<br>장비도입·시험장 건립 등에 5년간 1,500억 추가 투입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R&H리서치랩 연구원들이 타이어특성시험기로 타이어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다. R&H는 차체에서부터 서스펜션ㆍ조향장치ㆍ타이어까지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고려해 한다. /사진제공=현대차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의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신형 제네시스의 보닛을 열자 엔진이나 탱크류 등 흔히 봐오던 구성 외에 마름모꼴로 배치된 4개의 철제 막대가 눈에 들어왔다. 차체의 비틀림을 막고 운전자에게 '보다 단단한 주행감'을 주기 위한 장치다. 제네시스의 차체 설계도 주행 중 비틀림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국 제네시스의 명품차 전략은 '안정적인 주행감'인 셈이다.

이는 독일이나 일본 자동차 회사의 위치를 넘볼 만큼 덩치가 커진 현대차가 '자동차의 안전성이나 성능ㆍ디자인 같은 기본기를 뛰어넘을 가치'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현대차만의 R&H(Ride and Handlingㆍ주행감)'를 만들어야만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이다.


오는 26일 공개될 신형 제네시스는 R&H와 관련해 현대차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성과물이다. 이날 신형 제네시스를 직접 몰 수는 없었지만 남양연구소 내의 주행시험장에서 연구원과 동승해본 결과 급선회와 급제동ㆍ고속주행의 느낌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급히 차선을 옮길 때도 대형 세단답지 않은 민첩함이 느껴졌다.

지난해 말 작성된 남양연구소 R&H 리서치랩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형 제네시스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안정적인 코너링과 연관이 깊은 선회안정속도는 BMW 5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며 차체 강성은 신형 제네시스가 더 우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남양연구소 내의 실험실에 들어서자 한 대에 40억원인 타이어특성시험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최고 250㎞의 시속으로 타이어를 굴리다 선회ㆍ제동 성능을 시험하는 기계다. 보통 타이어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차의 경우 R&H를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이 기계를 들여놓았다. 어떤 타이어를 사용해야 최상의 주행감을 구현할 수 있는지까지도 시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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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R&H를 개선하는 데는 다각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골격인 차체 강성을 보강할뿐만 아니라 조향장치와 서스펜션, 전자장비 등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잘 달리기 위해 다리뿐만 아니라 팔과 몸통까지 움직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와 관련, "어떻게 자동차를 조립해 주행감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R&D 분야보다 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존에 있던 것을 답습하지 말라"고 R&H리서치랩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홍 R&H리서치랩 연구위원도 "BMW에서는 R&H를 테크(Tech)가 아니라 아트(Art)라고 표현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R&H 연구는 당분간 현재진행형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R&H는 "고속으로 주행하면서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느낌"이면서도 독일차ㆍ일본차와는 다른 한국 자동차만의 고유한 감각이다. 박 연구위원은 "그 느낌을 확립한 후에는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각 지역별로 최적화해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출시되는 제네시스보다 유럽의 제네시스에 보다 단단한 느낌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17년까지 남양연구소에 총 1,5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남양연구소 인근에 더 다이내믹한 주행시험장을 짓는 데 600억원을 투자하고 개발 장비와 시험 시설을 들이는 데 나머지 900억원이 투입된다. R&H 관련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박 연구위원은 "연구능력뿐만 아니라 운전 실력과 감각을 키워야 하는 탓에 전세계적으로 R&H를 평가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많지 않다"며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는 30여명의 중상급 R&H 엔지니어가 있는데 BMW나 폭스바겐은 네 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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