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여 만에 이뤄진 북미 간 고위급 대화는 뚜렷한 진전 없이 양측의 입장만 확인했다는 평가 속에 2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뉴욕에서 전날에 이어 2차 북미 대화를 이어갔으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프로세스 논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현안 과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모든 핵개발 활동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조치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대북제재 중지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전날 회담을 마친 후 "토론은 진지하고 실무적(business-like)이었다"며 "이번 대화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조치뿐 아니라 지난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탐색적 대화"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부상은 회담 중간 점심시간 때 기자들에게 "분위기가 좋았고 건설적이었다"고 말했으나 회담 종료 후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양측의 이틀간 만남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탐색전 정도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화와 관련해 미국이 "말뿐인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한데다 북한 역시 내세울 만한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의 남북 대화에 이어 북미 대화가 잇따라 성사된 것 자체가 2008년 11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