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수습,경제부흥…유고경제 전망
철권 통치자를 내몰고 새 역사를 쓴 유고가 경제 재건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세계의 관심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로부터 7일 공식 취임한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신임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시민 혁명으로 권력을 이양받은 코슈투니차에겐 혼란스런 국내 상황 수습은 물론 특히 황폐해진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절대 절명의 명제가 안겨졌다.
코스투니차는 온건한 민족주의자다. 그러나 그 온건함의 이면에는 서방에 대한 조건반사적 불신이 뿌리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 폭격을 앞장서 맹비난했고 대선 당시 미국의 지원금 7,700달러를 단호히 거부한 그가 경제 재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유고의 장래가 달려있다.
◇유고의 경제 실상=
티토 대통령 당시 한때 동구권 최부국중 하나였던 유고 경제는 89년 밀로셰비치의 등장과 91년 연방해체에 따른 내전의 발발로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한달 250%에 달한 인플레·기업 파산·천문학적인 군사비 지출에다 유엔을 비롯 서방의 경제 제재는 국가 살림을 파탄으로 몰았다.
밀레세비치 집권 중반기인 지난 93년의 경우 근로자들의 수입은 1년새 10분의 1로 줄고 공장 노동자의 60%가 실업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는 특히 지난 98년 세르비아의 코소보 공격이후엔 해외 투자및 석유수출금지 조치로까지 확대돼 유고는 사실상 국제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상태에 이른다.
이번 총파업을 비롯 반 밀로셰비치 운동이 탄광지역 등 공산 정권의 지지기반이던 비도시 지역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특히 거셌던 것은 집권세력에 민심이 떠났음을 보여주는 단적 증거다.
◇코슈투니차의 선택과 각국 움직임=
밀로셰비치 몰락의 최대 원인이 경제 파탄이었음을 잘 아는 코슈투니차가 서방과의 단절을 고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서방에 대한 개인적 적개심과 관계없이 결국 그는 국가 경제 회생을 위해 서방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모를리 없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들은 이미 대유고 경제제재조치 해제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EU의 경우 9일 석유 수출금지를 시작으로 모든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할 예정이며 미국도 유사 조치를 조속한 시일내 시행하겠다고 올 브라이트 국무장관이 6일 밝혔다. 특히 미국은 당장 5억달러를, 그외 서유럽 국가들도 자유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과 러시아 등도 EU와 미국과는 별개로 유고와의 다각적 경제 협력을 모색중인 것으로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홍현종기자
입력시간 2000/10/08 17:08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