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형평 잃은 건보에 환자들 분통

"같은 약 쓰는데…" 후천성 척수 손상 환자는 보험적용 제외

선천성 환자보다 약값 10배

"재정탓만 말고 대책 세워야"


"같은 약품인데 왜 후천적인 요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에게는 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다쳐 자가도뇨카테타(자력으로 배뇨가 곤란한 환자가 소변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기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척수 환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선천성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자가도뇨카테타 구입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들에게는 같은 제품에 대한 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7만여명의 추정되는 척수 손상 환자 가운데 일부는 자가도뇨카테타 구입을 위해 한 달에 약 27만원(하루 6개 사용 기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선천성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이 건보 적용(본인 부담율 10%)으로 2만7,000원 정도만 부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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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비싼 비용 탓에 적지 않은 척수 환자들이 자가도뇨카테타를 재사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의료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가도뇨카테타를 이용하는 환자들 가운데 감염에 의한 질환을 앓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자가도뇨카테타를 재사용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방광의 감염은 신장 기능의 저하와 만성 신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급기야 신장 이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후천성 척수 환자들에게는 자가도뇨카테타의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제한된 건보 재정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13년 7월부터 선천성 신경인성 방광 환자에게 자가도뇨카테타에 대한 보험 적용을 해주기로 한 것은 건보 재정을 감안한 결정이었다"며 "현재로서는 자가도뇨카테타 요양급여 대상자를 후천성 척수 환자들에게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조차도 환자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루(인공 항문) 환자들의 경우 2013년 5월부터 5%의 본인 부담율로 장루 주머니를 살 수 있게 됐지만 많은 사람이 바뀐 제도를 몰라 제품을 씻어 다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비용 문제로 장루 주머니를 재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보험이 적용된 지금도 특히 요양병원 등에서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환자들에게 새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 같다"며 "건보공단 등에서 해당 제품의 보험 적용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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