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 자본 '여의도 침공' 가열

양질의 서비스 무기삼아외국계자본의 '여의도 침공작전'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대우ㆍ동양증권 사옥 등 여의도의 대형 건물들은 이미 외국계 부동산회사로 넘어갔다. 지난 98년 'BUY KOREA' 열풍을 몰고 온 현대증권도 곧 AIG와 손을 잡는다. 한국시장이 돈이 된다싶으니 최근 들어서는 직접 진출하는 증권사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주력해 온 도매금융에서 얻은 명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일반투자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에 출자한 BNP파리바의 계열증권사는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살로먼스미스바니, 메릴린치 등 메이저급 증권사들도 국내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맨들을 스카우트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시장은 '황금의 땅' 한국 증권시장은 외국계 자본들에게는 한마디로 '엘도라도(황금의 땅)'이다.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 것은 물론 공략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에 10여개 거점을 운영중인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올해도 한국지점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WI카증권도 한국지점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10여개 아시아국가 전체 수익의 40%를 넘고 있다. 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ㆍ워버그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진출한 22개 외국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손해를 본 증권사는 JP모건 등 단 4군데 뿐이었다.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와는 대조적이다. ◇시장공략 더욱 강화할 듯 외국계 자본의 무기는 양질의 서비스다. 해외 간접상품을 국내에서도 손쉽게 팔 수 있고 미국ㆍ유럽 등에서 각광 받는 펀드 등에 가입할 수도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운용시스템도 강점이다. 템플턴투신운용이 올 상반기 주식성장형 펀드에서 국내 업체들을 제치고 수익률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는 각 부문에서 외국계의 부상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는 이들 분야에서 국내 증권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국내 증권사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에도 상당한 노하우를 쌓고 있어 이들이 소매영업을 본격화할 경우 시장잠식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메릴린치증권은 이미 프라이빗뱅킹으로 부유층을 공략하고 있다. 한마디로 '큰손'들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돈에는 국경도 애국심도 없다. '돈은 돈을 벌어주는 데로 몰린다'는 속담처럼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려주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안방내 준 일본을 교훈삼아야 한때 전세계 자본시장을 집어삼킬 기세를 보였던 일본은 이미 외국계 금융기관에 점령당했다. 지난 5월말 현재 일본 증권사 72개사 가운데 외국계가 약40개사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증권이 주식약정부문에서 전체 2위, 메릴린치증권이 3위를 차지했고 닛코살로먼스미스바니, 워버그, 골드만삭스 등도 10위권에 포함됐다. 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은 "국내 증권사들도 이제 자기만의 특색을 내야 한다"며 "소매부문의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는 동시에 국제업무와 투자은행(IB)부문에서는 외국계 증권사와 전략적으로 제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처럼 안방을 외국계에 내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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