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투자는 기업가의 몫

국내 기업들의 고정자산, 특히 생산설비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산업은행의 조사결과는 국내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얼마나 부진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은행이 123개업종 3,5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총자산 규모는 585조원으로 지난 5년간 4.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생산능력과 직결되는 기계장치 자산의 경우 지난해 76조원으로 5년 동안에 16조원(17.4%)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생산설비의 감소는 설비투자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제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26조원에 그쳐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39조원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생산설비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안 한다는 것으로 우리경제의 생산기반이 그만큼 취약해 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 같은 투자기피가 투자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능력보다는 현금과 유가증권 등 유동자산을 더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제조기업들의 설비자산은 줄어들었지만 현금을 비롯한 단기금융상품ㆍ유가증권 등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65조원에 달해 지난 5년 동안 35.4%나 증가한데서 잘 드러난다.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보다는 현금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외형보다는 수익과 재무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영풍토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풍부한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신규투자에 나서지 않는 데는 진취적인 기업정신이 퇴조하고 있는데다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문제는 기업들이 해외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국내투자는 기피함으로써 설비자산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경우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경기회복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된다. 하반기 경기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것도 상당부분 투자부진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모험정신ㆍ개척정신에 바탕한 기업가 정신의 쇠퇴다. 기업가 정신의 쇠퇴 이유를 밖에서 찾자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엊그제 강신호 전경련회장은 경기침체의 책임이 기업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많은 기업인들이 그 같은 인식을 공유하기 바라며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투자활성화에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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