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동특수 살리려면

최근 다녀온 중동지역은 ‘지도가 바뀐다’고 할 만큼 곳곳에서 대규모 건설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시내 도로를 다니다 보면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사방에서 눈에 띄고 여기저기서 타워 크레인이 묵중한 몸체를 움직이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만 뜨면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매일같이 공장과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특히 중동지역의 담수 발전설비 발주 규모는 엄청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발전 관련 설비는 과거 500~600㎿급에서 3,000㎿급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오는 2025년까지 중동지역에서 발주될 담수ㆍ발전설비 규모만 따져도 대략 3,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중동 특수를 맞아 한건의 수주라도 더 따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한 파이낸싱 능력에서 툭하면 해외업체에 밀리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안타까울 뿐이었다. 기업들은 발주 이후 제품을 제작ㆍ설치하기 위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싸게 조달받아야 하지만 조달금액이 터무니없이 낮아 공격적인 수주를 벌이기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아직까지 미미한 것도 수출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동 현지에서 만난 국내 기업의 한 임원은 “현재 수출입은행 등이 국내 기업에 지원하는 파이낸싱 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때 분명히 확대됐다”면서도 “중동 현지에서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파이낸싱 규모는 5~6배 이상 커져 기업들의 수주 전선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자금력 부족으로 중동에서 쏟아지는 대형 건설공사를 제대로 수주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탄탄한 기술력이나 노하우, 현지에서 쌓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수주를 위한 기본적인 요건인 자금 조달력 부족으로 눈앞에서 대형 수주를 놓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강의 기술력으로 열사의 나라에서 신화를 창조하는 국내 기업들이 단지 자금력이라는 한가지 이유로 수주전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외국 기업들의 두터운 벽에 부딪혀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는 우리 기업들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