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소형 증권사 M&A 본격화되나

서울증권[001200]의 매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앞두고 외국계를 포함해 50여개 증권사가 난립하고 있는국내 증권산업을 대형화, 전문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증권사 구조조정은 필연 = 최대주주 지분율이 4%대에 불과한 대신증권을 비롯,오랫동안 매물로 거론됐던 SK증권, 최근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줄인 한양증권 등 많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M&A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동부증권, 키움닷컴증권, 리딩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인수대상 증권사를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서울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유진기업이나 한주흥산을 비롯해 올 초 피데스증권(현 흥국증권)을 인수한 태광그룹 등 자금력이 풍부한 비금융권 기업들에서도 증권산업 진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중소형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지난달에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까지 나서 중소형 증권사들에 매각이나 합병 등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올 초 농협의 세종증권(현 NH증권) 인수에 뒤이어 나온 코스닥 상장 건설사인 유진기업의 서울증권 인수 발표는 증권업계,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증권 운명 금감위에 달렸다(?) = 서울증권 최대주주인 강찬수 회장으로부터 보유 지분 4.9%와 경영권을 205억원에 인수키로 한 유진기업은 18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지배주주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증권은 올해 3월 지분 5.0%를 취득한 뒤 경영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부동산임대업체 한주흥산과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태로, 향후 경영권 분쟁은 유진기업과 한주흥산의 양자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양측 모두 추가적인 지분 확보는 금감위의 지배주주 승인 이후 가능해 서울증권 경영권의 최종적인 향배는 사실상 금감위가 결정하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구조조정 쉽지 않다 = 그러나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다른 증권사들의 경우 M&A설들만 무성할 뿐 실제 전망은 기대만큼 낙관적이지 않고 최근 크게 가시화되고 있는 M&A 움직임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증권이나 서울증권의 매각은 대주주와 매수 주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남은 증권사들도 이 같은 행로를 따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대형사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해도 대부분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데다 최근 증시 활황으로 재무구조도 개선되는 추세여서 M&A의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용단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증권업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영업용 순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 면에서 대형 증권사들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금융 당국에서도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M&A를 강제할만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태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부실로 인해 금융당국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은행들의 구조조정과 달리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 하에 일사분란하게 이뤄지기 힘든 이유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증권사들 중에 오히려 자본구조가 튼튼한 경우가 많아 강제적인 M&A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 상황에서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여러 개의 증권사들을 사서 대형 증권사를 만들려는 대형 매수 주체가 나타나거나 증권사들간의 자연스런 이합집산이 일어나야 하지만 현재로선 모두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증권사들간의 합병이나 주식교환 비율을 탄력적으로적용할 수 있게 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증권사들 간의 이합집산을 유도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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