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성장잠재력 기초부터 다질때

함준호 <연세대 교수ㆍ국제학연구소장>

새해 초부터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경기순환적 측면보다는 성장잠재력의 하락이 최근 침체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80년대 8% 수준에서 현재 4%대 중반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위기 이후 이러한 하락추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의 고령화, 청년 및 중년실업문제와 더불어 지금과 같은 투자부진이 지속될 경우 성장력의 훼손으로 선진국 진입은 요원해진다.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치고 위기 이전의 성장추세로 복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위기에 따른 정치ㆍ사회적 변혁이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위기 이후 노정된 갈등과 분열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영구히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다. 정부는 재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은 셈인데 위기 이후 훼손된 성장잠재력을 복원하고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가동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아 보인다. 대체로 한 나라의 성장잠재력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생산의 투입요소인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의 양이 늘어나고 축적된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의 잠재성장률 하락이 양대 생산요소의 증가율 둔화에 크게 기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우리 경제의 양대 자본 축적 메커니즘에 내재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적자본은 노동력의 양과 질로 결정된다. 인적자본의 총량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 인구가 증가하고 노동력 일인당 인적자본이 커져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 노동시간 감소 등으로 노동력의 증가율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으며 인적자본의 축적을 담당하는 교육시스템마저 경직되고 효율성이 떨어져 글로벌시대의 교육수요와 산업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하향평준화로 미래의 꿈나무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50ㆍ60대는 생산에 기여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하루바삐 폐쇄적 단견과 평등주의에서 벗어나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희망은 없다. 교육시장을 개방하고 사립학교에 경영자율권을 부여해 경쟁과 차별화를 유도하며 정부는 재원을 집중해 저소득층 자녀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물적자본의 축적은 기업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 국민경제의 저축이 해외투자로만 이어지고 이를 대체할 외국인 직접투자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니 투자가 안되고 투자가 안되니 성장이 침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시장경제 역동성의 요체는 기업의 돈 벌고자 하는 욕심에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지향점이 시장경제의 확립에 있음을 명확히 선언하고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해 투자의 과실을 누리는 데 불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익창출의 기회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경쟁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를 투명한 법규에 따라 제재하는 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거래의 투명성과 경영성과에 대한 자기책임원칙이 확보되는 한 창의성에 기초한 기업활동이 최대한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ㆍ교육ㆍ문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도 적극적으로 완화해 고용과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질의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이 원활히 축적돼 투입될 수 있도록 유연하고 개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시장의 활력을 복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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