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 경제 뜻밖 '날개' 희색

러 경제 뜻밖 '날개' 희색 러시아에서 중기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카크하 벤듀키데츠씨는 요즘 희희락락이다. 주문 물량이 넘쳐 일할 맛이 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2년간의 작업 물량이 이미 확보된 데다 올 예상 순익은 지난해보다 141%나 늘었다. 요즘 러시아의 경제는 말 그대로 「순풍에 돛」을 달았다. 정부 통계치를 보면 30년만에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미래가 없을 것 같아 보였던 러시아 경제가 어느날 갑자기 순풍을 타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첫번째 이유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유가덕분이다. 전체 수출의 40%가 원유 및 가스관련제품인 러시아가 천정 부지로 치솟은 기름값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거다. 여기에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루블화 가치는 수출 기업들에 유례없는 일거리를 몰아주고 있다. 금년 상반기 러시아의 국내 총생산(GDP)성장률은 7.5%. 만년 가난뱅이 나라 러시아가 30년만에 이룩한 최고 실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무려 24%나 늘었다. 최근 경제 위기설이 나도는 아시아국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딴나라 얘기다. 『선진국 은행들 다시 러시아로』. 미국의 경제 주간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 의 이같은 제하의 기사는 이런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러시아의 디폴토(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앞다퉈 러시아 현지법인들을 철수시킨게 불과 2년전. 당시 이들 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100억달러로 추정됐다. 그랬던 그들이 러시아 채권시장에 다시 몰리며 3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최근 연 17%까지 뛰었다. JP모건은 올 신흥 시장중 러시아의 채권 시장을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추천했다. 또 1999년~2001년 외국자본의 직접 투자액 증가율은 연평균 1백%, 내년에는 총 30억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한편 수출이 끌고 내수가 당기며 지방 정부들의 세수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꿈도 못꾸던 정부의 균형 예산이 올해 이뤄질 가능성을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 대해 근심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경제 회생의 주요인이 경제 펀더멘탈의 근본적 개선보다는 유가 등 대외적 요인에 전적으로 힘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친 대통령의 경제 수석 보좌관인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는 그같은 주장을 하는 정부내 대표적 인물이다. 그를 비롯한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최근 경기 회복에 착시적 요소가 있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경제 회복의 시작은 장기적 관점의 국가 경제 정책과 함께한다는 얘기다. 생산성 향상, 산업개편을 통한 구조조정 등 진정한 의미에서 러시아 경제 펀더멘탈의 개선은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홍현종기자 입력시간 2000/10/05 19:0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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