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퇴치 명예대사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강동석(47)은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반열에 올라 있다.
프랑스 보퀸사의 '연주가 사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이 펴내는 '세계음악인명사전' 등 세계 유수의 음악인 사전엔 꼭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하지만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오래 전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카운트 다운되는 '같은 급'국내 연주자들의 무대와는 달리 강동석의 연주회들은 일면 조용하고 단아한 감이 없지 않다. 또 그의 이미지는 '거물급' 특유의 어떤 거리감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파리에서 줄곧 거주하고 있는 강동석이 서울 언저리에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있을 정도다.
2000년 환경부가 '환경 메신저'로 선정한 문화예술계 인사 21인 속엔 국내 거주자가 아닌 유일한 인물로 그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9월 간염퇴치 명예대사에 임명된 강동석이 '간염퇴치를 위한 희망콘서트' 무대로 올해 네 차례의 국내 연주 일정을 마감한다. 예술인이 질병퇴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국내에서 위촉된 것은 그가 최초다.
"간염 사망률이 30~50대 사인 중 1,2위를 다툰다지요. 국내 만성보유자가 250만명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제안이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좋은 일인데 여력이 된다면 하는 게 당연하겠지요. "
서울경제신문과 대한간학회가 주최하고 제약사 클락소 스미스클라인이 후원하는 '.희망콘서트'는 수익금 전액을 간염 환자 치료를 위해 기증하는 자선 음악회.
전국 5대 도시 순회콘서트 형식으로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다. 지난 17일 대구 문예회관에서 첫 공연이 있었고 19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 공연이 열린다.
이후 부산(19일) 광주(21일) 대전(23일) 등지에서 일정이 이어진다.
"멘델스존(서울)과 비발디(지방)만을 연주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폭 넓은 레파토리로 무대를 꾸몄습니다. 오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도 함께 내한해 협연 합니다."
레퍼토리 상 강동석은 매우 탐구 정신이 강한 연주자로 손꼽힌다. '실상 바이올린 레파토리가 그리 많은 건 아니다'고 겸연쩍어 하지만 웬만한 바이얼린 곡 치고 그의 손을 거쳐가지 않은 게 드물 정도다.
연주 포기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던 악명 높은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아시아 초연, 세인의 뇌리에서 잊혀졌던 푸르트 뱅글러의 소나타 발굴, 아클란의 실내악전곡 완주 등이 이를 입증하는 작은 사례들이다.
반면 그는 '티 안나는' 곡 연주에도 결코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관객의 귀에 익은 명곡들은 웬지 부담스런 측면이 있는데다 '마니아'들의 관심 세례에서도 비켜나기 마련. 하지만 그는 '이 멘델스존 협주곡이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리 많이 연주되지는 않은 명곡' 이라던지 '이 작품은 그 시대에 작곡됐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식으로 주섬주섬 이들을 무대위로 이끌어 낸다.
소품 위주의 편안한 음악회가 아니라 깊이와 통찰력이 더해진 명곡다운 무대가 보장됨은 또 물론이다.
"매니지먼트나 홍보 등등 대중을 향한 움직임들도 본인이 좋아하면 좋은 거지만, 또 성과가 있기에 하는 것이겠지만 저와는 어울리지 맞지 않는 듯 해요. 그냥 좋은 곡들을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지금 그대로가 좋습니다"
농담처럼 '83년 첫 서울 공연 때 (환한 미소에 반한) 소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더라'는 말을 던져 봤다.
어느새부터인지 활짝 펴져 있던 그의 얼굴이 약간 굳어지는 것도 같다. 음악 외의 다른 것을 논하고자 하는 문외한에 대한 자부심 강한 장인의 반응일 것이다.
현재 그는 프랑스인인 부인, 10대의 1남 1녀와 함께 파리에 살고 있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도 지난해부터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실기 지도를 맡아 매년 3~4회 이상 고국에 온다.
또 20년된 '친구'파스칼 드봐이용과 3~4년 전부터 매년 1회 ALP 페스티벌을 운영중이다. 6주간에 걸쳐 20여회의 연주회와 교육 아카데미가 더해지는 음악 캠프인데 내년 겨울쯤엔 서울에서 이를 열어보고 싶다는 희망도 품고 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