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흡연이 폐암 원인" 의료기관 첫인정

국립암센터 "선암에 끼치는 영향력 상대위험도 2~5배" 정부가 설립한 암전문 의료기관이 흡연소송 과정에서 "흡연은 중독성이 있고, 유전자 변이로 폐암이 발생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놔 파장이 예상된다. 국립암센터는 11일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의 일종인 선암에 걸려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 김안부씨 유족측의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서에서 "흡연이 선암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 위험도가 3-5배로 나타나 흡연이 선암과 무관하다는 견해는 잘못됐다"고 밝혔다. 소송과정 등에서 의료기관이 선암과 흡연간의 인과관계를 부인한 적은 있지만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번 소송의 피고인 담배인삼공사측도 "뚜렷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암센터는 "니코틴 자체는 발암물질이 아니지만 인체내 일정 농도의 니코틴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흡연하면 담배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을 흡입하게 되는 `니코틴 중독'이 된다"며 "담배성분 중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들이 흡연자의 유전적 변화를일으켜 선암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원고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0년 국회 재경위 국감에서 당시 의원이던 김대중 대통령이 저질담배의 인체유해 여부를 질의하자 박정훈 당시 전매청장이 "국산담배는 니코틴, 타르 등이 많아 인체에 해롭다. 폐와 위에도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나 그간 정부가 담배의 해악에 대해 국민계도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폐암 가능성을 적시한 경고문구를 담배에 적은 것은 지난 89년이며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가자"고 적시한 것은 지난 76년부터다. 원고측 소송을 맡은 최재천 변호사는 "국립암센터 사실조회로 흡연때문에 선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국감자료를 통해 과거 정부가 흡연의 위험성을 알고도 제대로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책임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담배인삼공사측 박교선 변호사는 "국립암센터측의 견해에 추가 질의를한 만큼 답변을 기다려보고 대응하겠다"며 "과거 전매청장 개인의 발언을 갖고 국가의 책임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내 흡연소송은 외항선원으로 30년이상 담배를 피워온 김씨 가족이 지난 99년처음 제기해 현재 2건이 진행중이며, 해외의 경우 미국에서 흡연자들이 몇차례 배상판결을 받았고 지난달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스페인법원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지방정부의 소송을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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