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2월 10일] 현대건설 매각 표류해선 안돼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대립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후 깨끗이 단념하는 듯하다가 최근 다시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외환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외환은행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예금을 인출하면서 주거래은행 관계를 청산한다는 말도 들린다. 대출확인서 내용만으론 부족 발단은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인수자금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서둘러 체결한 데 있다. 특히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차입한 1조2,000억원에 대한 의혹이 문제다. 만일 이 대출금이 현대건설이나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담보로 하거나 현대그룹 계열사의 보증에 의한 것이라면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감점요소로 작용하거나 인수자격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대출확인서에는 그러한 조건하에 대출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은 들어 있다고 한다. 문제는 대출확인서의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고, 현대그룹이 그 제3자에게 일정한 반대급부를 약속하고 대출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나티시스은행에 예치된 예금이 초단기 고금리 대출일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로는 파악할 수 없다. 특히 대출확인서의 서명 주체가 나티시스은행의 임원이 아닌 자회사인 넥스젠캐피탈의 임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넥스젠캐피탈은 현대상선의 우호주주로서 이른바 '먹튀'논란의 중심에 있는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다. 따라서 현대건설 또는 그 자회사의 주식이나 자산을 담보로 제공받고 대출해줬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려 했던 M+W그룹의 모기업인 오스트리아 스툼프그룹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어느 경우든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의 재정건전성에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살린 현대건설을 다시 부실화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12월14일까지 대출계약서 및 제반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하겠다고 통보했지만 현대그룹은 응할 수 없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나티시스은행의 대출 내용이 어떠하든 MOU가 해지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대형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더욱이 싸움이 단순히 현대건설의 인수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대그룹이 아니라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는데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을 지배하고자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현대건설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상선의 주식을 현대건설이 8.3% 소유하고 있다 한다. 이 의혹을 불식시키지 않는 이상 현대그룹이 사생결단을 하려 할 것이니 이 문제에 대한 해법 제시는 현대차그룹의 몫이다. 금융당국 규칙 위반여부 가려야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한다고 하는데 한가한 말일 뿐이다. 규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중립과는 무관하다. 소모적인 소송을 방지하는 길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민세금으로 현대건설을 살린 정책금융공사와 관영은행이 된 우리금융의 지분이 정부와 무관하다 할 수 없으니 사실상 현대건설의 최대 주주로서 이해관계자 아니던가. 정부로서는 현대건설의 인수자가 현대그룹이든 현대차그룹이든 관여할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민세금으로 살려낸 기업이다. 투명성 부족으로 인수기업과 동반부실이 초래될 위험이 방치된다면, 그래서 국민세금을 또다시 쏟아부어야 한다면 이는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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