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행복한 중기씨] 1부. 중소기업 바로 알자 <3> 조기 기업현장 체험을

중1부터 진로와 연계해 강소기업 교육… 긍정 인식 심어줘야<br>다양한 직업 이해 시켜 편견 깨고 인지도 개선<br>중소기업서 꿈 펼칠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 필요

IT 중소기업인 너울정보의 한 직원이 평촌지역 중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분당 '잡월드' 에서 적성검사와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1월 중순 뜻을 같이한 중학교 3학년생 5명은 매서운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시청 광장에 모였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중소기업이 희망입니다.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목청껏 외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학생들의 모임인 '경제연합헬로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혜인(17ㆍ동탄국제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친구들과 만나 진로에 대해 토론하다 보니 중소기업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해 바로 알리기 위해 나섰다"며 "날씨는 추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해줘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중학교 때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중요성과 인지도 개선 교육을 하게 된다면 나중에 중소기업에 취업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당차고 똑소리 나는 이 청소년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제 발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기도 했다. 그 곳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바꾸게 됐고 이를 계기로 지금은 블로그 등을 통해 '중소기업 바로 알기'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정양은 "대기업은 정해진 일만 하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부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스스로 도전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다"며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된다면 내 손으로 회사 발전을 이끌어가겠다"고 야무진 포부를 드러냈다.

고등학생이 된 이들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학생들은 올해 중소기업과 경제에 대한 포럼을 열고 전국의 학생들과 함께 토론회도 개최해나갈 계획이다.

이 학생들처럼 어릴 적부터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꿈과 행복을 찾아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작고 월급이 적은 회사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됐을 때 중소기업에 편견을 갖게 돼 취업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한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소년 시절부터 튼튼한 강소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게 급선무다. 남 눈치 안보고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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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해본 결과 알고 있는 직업도 몇몇 인기 있는 직업에 편중돼 있고 대기업만 자주 접하다 보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유망한 강소기업들을 접하고 다양한 직업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면 학생들이 성인이 돼도 중소기업 취업을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와 서울시 교육청은 손을 맞잡고 '중소기업 연계 청소년 진로지도 지원 사업'에 나섰다. 서울시 교육청의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와 연계돼 진행되는 이 사업은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현장 체험을 통해 진로의 방향과 직업 세계에 대한 다양성을 이해시키고 이들의 꿈과 끼를 중소기업의 가능성과 연계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중소기업을 바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참여 중소기업은 사회적 책임 경영을 선도하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업은 서울 소재 11개 중학교 1학년생 2,600명을 대상으로 하며 이달 22일을 첫 시작으로 10월까지 진행된다. 이틀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첫날 중소기업 및 직업 이해, 꿈 찾기 등 사전교육과 둘째 날 중소기업 현장에서 체험교육으로 이뤄진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이때 진로 탐색이 제대로 이뤄져야 2학년에서 이를 보다 구체화해 진로를 설정하고 이후 고교 진학을 설계하면서 이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담당자는 "아이들에게 중소기업에 억지로 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을 때 남의 눈을 의식해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기 삶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을 만들어주는 조기 진로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당부했다. 그는 "진로 체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면서 정작 인력난을 외치는 중소기업들의 참여율이 상당히 낮다"면서 "정부나 금융기관에서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자기한테 도움이 안 되면 안 하려고 하는 중소기업들도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교육부는 2011년부터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중학생들이 스스로 자기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고 알아가도록 돕고 있다. 꿈과 끼를 이끌어내는 교육을 통해 학생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직업 체험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해 알아가고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는 한편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는 것을 몸소 알아갈 수 있다. 또 지난해부터 각 학교에 배치되는 진로진학 상담교사에 중소기업인력개발원 인력들도 참여하게 돼 중소기업과 청소년들의 접점은 더욱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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