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년만에 감격의 父子상봉

크리스마스 앞두고 상봉한 스포츠 부자… 배구ㆍ골프에서 우승 목표로 뛰어

김호철 현대캐피탈 프로배구팀 감독과 아들인 프로골퍼 김준이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윤관식기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산가족이 다시 모였다. 서로 활동 무대가 달라 1년에 겨우 한번 볼 수 있다. 감격의 상봉을 한 주인공들은 김호철 현대캐피탈 남자프로배구팀 감독(55)과 그의 아들 준(22ㆍ사진). 김 감독은 국내 도시 이곳 저곳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고 준은 유럽 각국을 돌며 유럽프로골프 3부 투어에서 활약한다. 배구와 골프에서 각각 최고를 목표로 뛰는 김 감독 부자를 22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나 스포츠 가족의 삶을 들여다봤다. 김준은 김 감독이 이탈리아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던 1988년 태어났다. 김 감독은 아들이 골프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프로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아들이 어릴 때 수영, 농구 등 각종 운동을 다 해봤다”며 ”수영에선 이탈리아 주니어 대회 기록도 세웠는데 본인이 골프가 제일 재밌다고 해 그걸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11살에 골프에 입문한 아들은 2년 만에 아버지를 뛰어넘었다. 평균 76~77타의 수준급 실력을 뽐내는 김 감독은 “내 취미가 골프인데 준이 15살이 된 이후에는 내가 이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들이 배구 대신 골프를 선택했을 때 서운하지 않았을까. 김 감독은 “배구는 단체 운동이다. 골프는 (상금을 독식하니) 더 비전이 있다”며 아들의 선택을 적극 지지했다. 부모의 지원 아래 김준은 지난 2002년 이탈리아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며 2004~2009년 이탈리아 국가대표를 거쳤고 지난해에는 시타델 밀라노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명성을 날렸다. 그럼 김준의 장기는 혹시 정교한 어프로치? 기자의 질문에 김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주저하자 성격 급한 김 감독이 “네가 뭘 잘하냐고”라며 재차 묻는다. 아들이 “다 잘한다”고 개미 목소리로 답하자 김 감독은 “그 중에서 뭘 잘해”라며 압박한다. “벙커샷”이라는 아들 대답에 아버지는 한숨을 쉰다. “이 녀석아, 벙커샷을 잘 하면 어떡하냐. 그럼 매번 벙커에 볼을 집어넣어야 하잖아. ” 국내외에서 감독 생활만 15년을 넘게 한 김 감독이 스포츠 선배로서 아들에게 강조하는 한 가지는정신력이다. 그는 “스포츠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에게 지면 누구에게도 이길 수 없다”고 일깨워 준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라 아직 우리말이 서툰 김준은 새벽부터 연습하는 한국 선수들의 훈련 방식과 정신력을 쉽게 이해 못 했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김 감독은 “독하게 치는 기질이 부족하다 싶었는데 이번에 만나 본인이 깨달은 게 있는 것 같다. 올해는 죽을 각오로 해본다니 믿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의 올 시즌 목표는 상금랭킹 5위 이내에 들어 유럽프로골프 챌린지(2부) 투어에 진출하는 것. 아들의 목표를 들은 아버지는 애원조로 덧붙였다. “네가 유럽 1부 투어에 들어가서 애비도 네 캐디백 한번 매보자. 네가 잘 하면 아빠는 배구 그만두고 캐디 하련다.” 폭탄 선언(?)을 한 김 감독에게 배구로 화제를 돌렸다. 올해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현대캐피탈이 공동 3위(3승2패)로 다소 주춤하다고 지적하니 목소리가 사뭇 준엄해졌다. “(징계로 1라운드 출전이 정지된) 국가대표 문성민이 돌아오는 2라운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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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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