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환경의 오염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을 사서 마실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는가? 환경 운동가들은 물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지금 당장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향후 25년 안에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산소방에 가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런 세태를 볼 때 물 다음엔 공기마저 사서 마셔야 한다면 얼마나 불편할지 우리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디자인에서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위적인 폐기(Artificial Obsolescence)를 조장해 더 많은 제품의 소비를 창출하던 시대에서 환경 운동가들에 의해 디자인의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유럽 공동체는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건전한 생태적 제품을 소비자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에코 라벨링 시스템(Eco-labelling System)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명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고, 이 문명이 가능케 한 근대화나 소비사회는 이미 끝나는 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눈은 이미 '포스트(Post) 소비사회'에 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천연소재에 자연염색을 해서 입고 옷을 짓고 남은 천 조각을 모아 보자기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빨래는 잿물에 하고 헤어진 옷은 기워서 입었다. 함부로 버리지도 않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았다. 사실 요즘은 옛날처럼 옷이 헤어져서 못 입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싫증을 느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 옷을 만들고 구매하는 이유가 대부분 유행이라는 것에 의해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유행에 밀리는 옷들은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된다. 그 쓰레기는 쉽게 썩지도 않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의 합성 섬유들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이제는 기업들도 무조건 많은 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높이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상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환경을 고려한 환경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야 할 때다. 상품을 제작할 때도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고, 다 사용이 끝나서도 쉽게 썩을 수 있는 소재의 사용이 중요하겠다. 생태학(Ecology)는 더 이상 한 시즌의 트렌드 용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대학교 윤호섭 교수의 주장처럼 생태학은 철저하게 일상 생활에 녹아 들어 '매일 매일이 지구의 날'(Everyday Earthday)이 돼야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매년 환경제품 박람회(Green Product Fair)를 열고있다. 지난 90년대 초 불어온 생태학 트렌드에 대한 표현은 디자이너 이신우 씨가 곡식을 이어 옷을 만든다든가 가공 전의 소색(素色), 즉 에크루(ecru), 오프 화이트(off white)나 베이지(beige) 그리고 면, 마 등의 100% 천연소재를 사용하며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씩 접근하는 방식이나 표현법도 진일보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환경 오염을 염려하는 염색가들 사이에서는 요즘 자연염색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주변의 식물이나 꽃, 한약재 등에서 얻는 염색재로 염색을 하면 환경을 보호할 뿐 아니라 그 색도 너무 아름다워 한번 빠진 사람들은 그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만다. 이런 자연 염색 의류는 건강에 좋고 피로도 회복시키는 치료의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대부분 천연소재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염색도 면에는 자연염색을 하고 있다. 또한 수익금의 1%를 자연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예치해오고 있다. '컬럼비아' 역시 오염된 강을 선정해 꾸준히 그 강이 살아나기까지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류 업체들 사이에서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돼 환경 관련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렇듯 패션 기업들은 점점 양이 아니라 질의 고양을 꾀하고 있는데 키워드가 바로 생태학이다. 소비자들에게도 무조건적인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현명한 소비가 요구되는 시대다. 생태학에 대한 기업과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관심은 소비자들의 감수성을 높이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선호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이 환경보호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컨셉트을 갖고 제조하는 기업이 소비자에 의해 선호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와 생각에 부합하는 기업만이 미래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산<삼성패션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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