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대비 0.7% 증가에 그치고 설비투자는 무려 11%나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장기분규와 때이른 장마 등의 `특수 요인` 탓이라고는 하나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제기한 2분기 바닥론을 무색케 하기에 충분하다.
국내 경기침체는 내수 부진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7월중 도ㆍ소매 판매 증가율은 마이너스 1.8%로 나타나 지난 3월 이후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대표적 소비처인 백화점의 7월중 판매증가율은 마이너스 10.0%로 지난 2월(-14.0%)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소비는 급증, 경기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으며 사회적 위화감도 점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여행수지는 6억9,000만달러 적자로 종전 최고기록인 지난 1월의 5억9,000만달러 적자를 경신했고 누적적자규모가 30억달러에 육박한다.
7월중 내국인 출국자수는 72만9,337명으로 월중 출국자수로 역대 3번째를 기록했다. 이들의 1인당 경비는 1,253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1,031달러보다 21.5%나 증가, 씀씀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골프채 휴대품 반출신고를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중 반출신고건수는 9,3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1% 늘어났다.
내국인이 해외유학이나 연수로 지출한 돈도 1억9,640만달러로 월중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해 7월과 비교할 때 40%나 급증한 것이다. 최근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에게 해외 어학연수가 필수코스로 자리잡고 있고 초등학생들의 조기유학 및 어학연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유학ㆍ연수 지출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면한 경기침체의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안에서는 쓰지 않고, 밖에서는 흥청망청 쓰는 최근의 소비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유감이다.
소비촉진은 당면한 경기대책일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 나아가 자본주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처방이다.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진 자를 경원시 하는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하며 소비가 경제적으로 미덕이라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가 적절한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과 자산가들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긍적적인 평가를 받을 때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궁극적으로 소외계층도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