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대우그룹 몰락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인터뷰 내내 숨기지 않은 것으로 포천지는 전했다.
김 회장은 특히 현재 검찰이 사기와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인 것과 관련해 “그들은 나를 마치 사기꾼(cheater)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나는 결코 부패를 꿈꿔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차대조표상 눈속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한 것은 당시 기업 관행에 비춰볼 때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김 전 회장은 덧붙이기도 했다.
대우그룹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김 전 회장은 “당시의 상황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전제한 뒤 “당시 위기는 산업이 아니라 금융 부문에서부터 불거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우그룹의 과잉부채 문제만을 비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자산은 대부분 해외에 있었던 관계로 쉽게 매각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 자금지원 요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부채만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이른바 `세계경영`은 “규모도 지나치게 컸고 속도도 빨랐다”며 경영상의 오판을 자인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나의 가장 큰 잘못은 특히 자동차에 대해 너무 야심을 품은 것”이라며 “통상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것을 나는 5년 안에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을 떠나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그룹의 몰락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양에서는 체면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대우가 망했는데 어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회장은 “가까운 과거에 대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며 “그래서 계속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99년 말 도피행각을 시작한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의 수단, 아시아 등 각 지역을 돌아다녔고, 특히 수단 등 일부 국가에서는 귀빈 대접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9년 11월 이후 김 전 회장은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독일에서 가슴 통증과 위암 수술 후유증 진단을 받았고, 이때부터 1년 동안 한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계속했던 부인 정희자씨와도 연락을 끊은 채 신문도 보지 않고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 말 김 전 회장은 부인과 함께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여행했고 2001년 상반기는 수단의 통치자인 오마르 하산 아흐메드 알 바셔에게 귀빈 대접을 받으며 그 곳에서 보냈다.
포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파리와 카트만두, 방콕 등을 방문했을 때 만난 지인들은 그를 여전히 `김 회장`으로 불렀으며,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귀빈 대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잡지는 김 전 회장의 변호사인 강석진씨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 전 회장이 99년 7월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강석진씨가 당시 런던의 한 호텔로 김 전 회장을 방문했을 때 김 전 회장이 자살을 감행할까 걱정스러워 했다는 것. 포천지가 강석진씨의 이러한 언급과 관련, 김 전 회장에 질문을 하자 그는 “나를 대우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의기소침해 있었다”는 간단한 답변으로만 응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자서전을 쓰고 있으며 골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얼마 전부터 프랑스의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보수를 받고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포천은 전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