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의 해법/박원배 차장대우·산업1부(기자의 눈)

「기아사태」가 꼬이고 있다.정부, 채권은행단, 기아그룹, 정치권, 완성차 및 부품업계, 노조, 시민단체 등이 뒤엉켜 갈수록 복합해지고 있다. 책임을 서로 상대에 떠넘기면서 해결노력은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 해결방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최대 쟁점인 김선홍 회장의 사표제출 문제를 보자. 정부와 채권단은 『사표제출이 곧 퇴진을 뜻하는게 아니다』고 말한다. 김회장의 사표제출은 기아를 이 지경까지 끌어온 총책임자에 대한 「상징적문책」이며, 「뼈를깎는 자구노력」에 대한 의지의 확인으로 볼 수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고 본다. 그렇지만 사표가 유일한 해법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현재 김회장은 스스로 가장 존중하는 명예를 걸고 자구노력을 펴야할 처지다. 김회장은 정부나 채권단의 시각처럼 적당히 넘어가다가는 「김선홍」이 우리 경제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거부감을 주는 사표라는 행위보다 현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나 자구노력에 대한 약속 등 다른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회장과 기아가 이런 요구조차 거부하거나 자구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이 강조하는 「국민기업 기아」는 그야말로 허구다. 그리고 그순간은 기아의 끝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도 생각을 달리할게 있다. 우선 이데올로기에 가까운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나친 피해의식은 자신감 상실로 비춰지고 있으며 「대책없는 버티기」로 인식될 정도다. 지금까지 『제3자인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가장 힘있게 강조해온 것은 바로 기아자신이다. 상황이 달라지긴 했으나 기아호의 향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바로 자신들이다. 자신의 능력과 신념에 대한 확신없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의 표시로 당초 약속했던 자구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력감축, 자산매각, 계열사 통폐합과 같은 「뼈를 깎는 노력」없이 자생을 외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아사태는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더 이상의 대립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명분에 얽매인 감정의 눈을 감고 이성과 경제논리로 기아사태를 다시 보았으면 한다.

관련기사



박원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