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9월 17일] 상하이증시의 도덕적 해이

상하이 증권시장은 지난 1990년에 개설돼 이제 막 청춘기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 상하이 증권시장에 지수 2,245포인트는 매우 상징적이다. 상하이 증시는 2001년 6월14일 역사상 최고치인 2,245.44포인트에 올라서며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이후 5년간 긴 침체가 이어져 개미들의 신세한탄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주 오랜만인 2006년 11월20일에 상하이 지수가 전고점을 가볍게 돌파했고 이후 11개월 동안 3,000포인트와 4,000포인트, 5,000과 6,000포인트까지 거침없이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상하이지수가 2,245포인트를 하향 돌파한 후 중국 증시 주변에서는 “나라에서 증시를 살려내야 한다”며 아우성이다. 때마침 미국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사상 최대의 구제금융을 단행하자 정부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던 전문가들까지 “시장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시장연구실의 차오훙후이 주임은 “모럴 해저드가 있을지, 없을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과 같이 시장이 위태로울 때 정부의 책무는 시장의 안정밖에 없다. 시장개입을 해야 하는지, 효과적인지를 따지느라 시간을 보낼 여유가 더 이상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구제금융 가능성을 내비쳤다. 8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중앙은행장 회의에 참석 중이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미국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 두 회사에 대해 취한 구제조치는 외부 투자자의 신뢰와 시장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해 중국도 ‘미국 따라하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부추겼다. 그러면서도 저우 행장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됐지만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말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람들은 같은 말이라도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장도 마찬가지이어서 저우 행장의 발언은 ‘증시부양’보다는 ‘긴축지속’으로 해석되면서 상하이 증시의 약세를 초래했다. 지금은 사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주 사상최대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다시 리먼브러더스의 몰락과 메릴린치의 매각으로 미국의 금융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중추절(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저녁 부랴부랴 6년 만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상하이 지수가 3분의1토막이 나도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을 자제해왔던 중국 정부가 마침내 개입을 시작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정부의 처방이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중국 개미투자자들에게 불면의 밤은 상당히 길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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