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자극적인 부동산 통계의 유혹-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과거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진 논란들을 살펴보면 자극적인 통계에 휘둘렸던 경우들이 많고 그 효과는 파괴적이었다. 몇 년 전 하우스푸어가 200만명이라는 모 연구기관의 발표는 하우스푸어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정의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뜨겁게 회자돼 대선후보들의 가장 중요한 공약사항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그 이전인 2010년 모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서울의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이 13배에 이르고 이는 뉴욕의 7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결과는 주택시장붕괴론의 기폭제가 됐다. 이와 같은 사례를 회상하면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부동산 시장통계의 생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된다.


일례로 버블붕괴론의 기폭제가 됐던 사건인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에 대한 논쟁을 되짚어보도록 하자. 여러 가지 오류가 많은 통계였다. PIR은 여러 가지 산정방식이 있으나 해외 비교가 가능하도록 대상 지역 자가대상 주택의 중위 가격을 대상 지역 거주가구의 중위 경상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PIR 산정의 분모가 되는 주택가격에 대해 살펴보면 비교 대상이 되는 시장의 공간적인 범위 문제가 있었다. 비교가 됐던 뉴욕은 800만명이 거주하는 중심도시인 뉴욕시(서울시 1,000만명)가 아니라 2,000만명이 거주하는 뉴욕대도시권의 PIR이었다. 합리적으로 비교하자면 서울대도시권을 포괄하는 수도권이 비교 대상이어야 했다. 다음으로 주택가격의 중위값을 내는 주택범주의 문제이다. 국내에서 아파트는 자가주택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택가격의 중위값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비아파트를 포함해 산정됐어야 했다. 또한 단독주택 위주인 해외는 시세 조사가 불가능하므로 국제비교를 위해서는 동일하게 실거래가에 기초한 통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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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분모가 되는 가구소득의 문제이다. 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소득과 관련된 통계이다. 서울의 PIR을 계산하는데 전국 가구의 중위소득을 쓸 수는 없다. 국내에서 세분화된 시도별로 경상소득이 조사돼 공표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가계금융조사부터로 얼마 되지 않았다. 이렇게 해외비교를 위해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해 계산하면 2010년 수도권의 PIR은 5.9로 금융위기로 주택가격이 폭락한 뉴욕대도시권의 6.1에 비해 낮았다. 이후 지속적인 침체기를 경험한 수도권의 2013년 PIR은 5.3 수준으로 회복기를 겪은 뉴욕 등 해외 주요대도시권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심도시인 서울시는 7.8로 뉴욕시의 11.8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같이 정제된 통계로 판단하면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붕괴될 정도로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 변화는 시장주체들의 선택과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을 다르게 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불합리한 통계에 휘둘려 선택된 정책 집행을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것보다 판단의 기초가 되는 부동산통계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통계를 좀 더 차가운 머리로 따져보는 태도가 사회적으로 더 절실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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