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30일 오전7시 성동구 행당2동 주민센터에서 6·4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기표소에서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장·성동구청장·시의원 순으로 도장을 찍다가 구의원 용지 앞에서 순간 멈칫했다. '1-가' '1-나' '2-가' '2-나' '무소속' 등 8명이나 출마해 왠지 두어 명 찍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직원에게 "구의원도 한 명만 찍느냐"고 물어본 뒤 한 명을 선택했다. 이어 시의원 비례대표 정당과 구의원 비례대표 정당마저 기표했다.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은 그래도 투표하기가 쉬웠는데 구청장부터 시의원·구의원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어 찜찜한 마음으로 투표했다. '이런 게 묻지마 투표, 깜깜이 투표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집에 배달된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공보물이나 거리에서 받은 명함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그것만으로는 후보의 됨됨이나 역량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행당2동 주민 김모(50)씨는 "동네에서 오래 살았지만 솔직히 현직 시의원과 구의원이 무엇을 했는지, 새로 나온 사람들이 어떤 비전과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30~31일 오전 6시~오후 6시에 이뤄지는 사전투표는 이번에 전국단위 선거로는 처음 시행됐다. 그전에 한참 줄을 서서 투표하던 때에 비해 이번에는 신분증 확인에서 투표까지 불과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거가 사흘간 치러지는 효과가 생겨 유권자들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투표하는 동안 다른 유권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전국 어디에서든지 신분증만 있으면 동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 등 3,506곳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된 점도 획기적인 변화다. 국내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도 투표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세종시민은 교육감, 시장, 지역구 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등 총 4표를, 제주도민은 교육감, 교육의원, 도지사, 지역구 도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등 총 5표만 찍는다. 투표장은 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 사전투표소 찾기 사이트나 선거 정보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고 대표전화(1390)로 문의해도 된다. 서울 성동구의 한 마트에서 계산 일을 하는 박모(46)씨는 "우리 같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노동자 중에서는 선거일에도 근무해야 돼 투표하기 힘들었는데 사전투표로 내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선관위는 30일 오후7시께 최종 시군구별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31일 오후8시께 최종 시군구별·성별·연령별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내놓는다. 투표장에서 만난 한 참관인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인데 6월4일 선거일이 연휴와 맞닿아 있어 걱정이 많다"며 "선거일에 투표하기 힘든 분들은 사전투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야당을 중심으로 지도부와 후보들이 사전투표에 많이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부인 강난희씨도 이날 오전 구로3동 사전투표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강씨는 최근 상대편으로부터 '잠적설' '성형 부작용 두문불출설' 등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