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은 밀림의 정글처럼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즉 금리·주가·환율 등 기초자산이 불리하게 변동하는 시장위험, 보유하고 있는 포지션을 신속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매하지 못하는 유동성위험, 불합리한 내부절차·인력·시스템으로 인해 손실을 초래하는 운용위험, 거래상대방이 부도·지불유예 등으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손실을 초래하는 신용위험 등이 존재한다.
과거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대우사태·카드사태·동양사태 등 크레디트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시장은 큰 변동성을 보였고 이러한 신용사건은 그대로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졌다. 당시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존재해 투자자가 신용위험을 헤지할 수 있었다면 손실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신용파생상품이란 신용부도스와프(CDS)·총수익스와프(TRS) 및 신용연계채권(CLN) 등과 같이 준거기업의 신용위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CDS란 특정기업의 신용위험을 이전하고자 하는 자가 신용위험을 인수한 자에게 신용위험 이전 대가로 보험금의 일종인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신용위험을 인수한 자가 신용위험을 이전한 자에게 손실을 보전해주는 대표적인 신용파생상품을 말한다.
이러한 신용파생상품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거래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거래건 수는 증가하고 있다. 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국가별 부도 가능성을 수치화한 CDS 프리미엄이 형성돼 국채 투자자의 헤지수단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국내 장외파생상품시장에서도 신용파생상품의 잔액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도 벤처투자의 신용위험만을 분리해 사고파는 V-CDS(Venture-Credit Default Swap) 상품을 개발해 투자위험에 보수적인 투자자의 벤처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모험자본시장의 활성화와 역동적 창업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화 신용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자산유동화법 개정을 통한 합성 CDO(Synthetic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발행이 허용돼야 하고 신용파생지수의 거래 활성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독일재건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활성화를 위해 신용파생계약을 활용해 은행이 보유한 중소기업대출의 신용위험을 인수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례 등을 참조해 국내 여건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의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은행·보험 및 연기금 등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신용파생상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