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광장] "50년 꼬박쓴 일기 삶이 고스란히"

최명섭(59·상업·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사진)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 이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펜을 놓지 않고 있다.최씨가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50년.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량포초등학교에 입학, 학교에서 배운 한글을 연습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6·25 동란 때 유엔군이 뿌린 선전물 뒤에다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또박또박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됐다. 그후로 불가피한 일로 일기를 쓰지 못한 며칠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일기를 써왔다. 하루 동안 한 일을 적는 것이 「습관」이 돼 여행 가서도 메모지에 적어 일기장에 붙이거나 88년 담석 제거수술 때문에 1주일 동안 입원했을 때도 일기 쓰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계약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의 요청으로 5년 전 썼던 일기를 찾아 법정증거 자료로 제시, 인정받아 도움을 주기도 했고 친족의 생일이나 잔치 등 「큰일」을 치른 날도 기록해 주위의 중요한 날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최씨는 최근 충북도가 새 천년 사업의 하나로 내년 초 발간 예정인 「충북 최고기록집」 일기쓰기 분야 최장기록에도 올라 있다. 그러나 87년 충북 진천에서 청주로 이사오면서 안타깝게도 「오래된 원고」를 잃어버려 지금은 77년부터 쓴 22권의 일기만 간직하고 있다. 6남매의 아버지이기도 한 최씨는 자녀에게도 일기쓰기를 권장하고 있으며 요즘도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잠자기 전에 어김없이 일기를 쓰고 있다. 족보와 함께 보관할 정도로 일기를 소중히 여기는 최씨는 『지나온 삶을 살펴보고 반성해볼 수 있는 일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는 펜을 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주=박희윤기자H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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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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