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간정보 민간 접근 불가능 … 체불사업주 주민번호 조회에 한달

공공데이터 개방 막는 손톱밑 가시 어떤게 있나

성범죄자 온라인 공개 불구 회신 받는데 5일 이상 걸려

공공데이터 1만2,000여건 2017년까지 개방 예정이지만

법령 손질 안해 효과 없어


#1 우리나라 토지이용현황이나 부동산정보·국가지명정보 등의 공간정보는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여전히 까다롭다. 이 같은 정보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다 설령 정보의 존재를 알고 있더라도 정보를 쉽게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법규정에 데이터를 측량업자나 위치사업서비스업자 등 공간정보사업자에게 유상 또는 무상으로만 제공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민간인은 접근도 못하는 것이다. 공간정보를 이용해 성공한 제2, 제3의 골프존 탄생을 막을 수 있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법의 규제인 셈이다.

#2 체불임금 피해자가 체불사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피해자는 사업주의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등 소송서류에 적어넣을 신원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업주의 주민등록번호 등의 사실조회에만 한 달 이상 걸려 임금을 빨리 받아야 하는 피해자의 속을 태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고용노동부가 갖고 있는 체불사업부 명단을 같은 공공기관인 법률구조공단 등에 제공하는 게 법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공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만 확대해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 부처 칸막이에 막혀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손톱 밑 가시'처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공데이터 공유와 개방을 막는 법령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나선 것도 난마처럼 얽힌 규제의 실타리를 더 방치하면 국정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3.0은 물론 이를 창조경제로 실현하려는 목표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데이터의 민간 개방이나 부처 간 공유를 확대하면 상상하지도 못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고 행정비용도 수조원 절약할 수 있는데 칸막이를 그대로 두면 이 같은 효과가 무위로 끝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16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현재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1,576개 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는 2만1,087종이나 된다. 정부는 이 중 60%에 달하는 1만2,654건을 오는 2017년까지 개방할 예정이지만 부처 간 공유나 개방을 가로막는 법령을 손질하지 않고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정보 개방을 외쳐도 부처들이 규정을 근거로 공유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공염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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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경우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면 곧바로 이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지만 정부부처끼리는 여전히 법적 제약 등을 이유로 협조가 미진해 공공데이터를 개방해놓아도 부처 안에 그대로 고여 이른바 '썩은 정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예를 들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시행령에는 학교나 어린이집·학원 등에서 교사를 채용할 때 해당자의 성범죄

정보를 미리 조회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 때문에 성범죄 등 범죄경력정보가 필요한 부처나 기관은 경찰청에 관련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관련 법에는 정보요청을 반드시 '문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안을 작성하고 회신을 받는 데만 5일이 걸린다. 성범죄자정보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 검색이 가능한 상황인데 이 같은 칸막이 때문에 부처 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서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성범죄정보의 경우 지난해 관련 부서가 협의를 마치고 법 개정을 통해 근거조항을 마련한 상황이라 올해 말까지 온라인 조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게 돼 다행이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이 안 된 채로 남아 있는 공유 방해 법령이 106개나 존재할 정도로 방대하다. 안행부가 전수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공공데이터 개방과 공유에 걸림돌이 되는 법령은 더 많아질 수 있다.

안행부가 그나마 중심을 잡고 부처 간 데이터 개방과 공유를 막는 칸막이들을 하나둘 정비하다 보니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데이터 공유를 확대하기 위해 문을 연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를 통한 단순 정보조회 서비스는 135종에 459개 기관에서 이용 중이고 정보를 타 기관에 제공하는 유통 서비스는 249종에 294개 기관에서 이용 중이다. 부처끼리 오가던 서류 절차를 없애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행정비용은 7,000억원 가까이 절감하는 기대 이상의 효과도 봤다. 안행부 관계자는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를 통한 정보 공유로 지난해 총 2억건의 서류를 공공기관끼리 공유했고 이로 인한 국민이나 행정기관의 비용절감효과는 7,18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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