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내년 대선 ‘돈선거’ 예고

2004년 미 대선은 미 역사상 유례없는 `돈 선거`로 치러질 전망이다.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막대한 선거자금 모금에 대항하기 위해 내년 1월 지급되는 국고지원 선거 자금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딘 전 주지사는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대통령 후보자들이 거액 기부자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76년 제정된 공공 선거자금 시스템을 거부한 최초의 민주당원이 됐다. 내년 대선을 위해 1억7,000만 달러 모금 목표를 세운 부시 대통령은 이미 국고지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딘의 결정은 1,890만 달러의 국고 지원금을 받을 경우 예비선거 과정에서 4,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지 못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재 9명이 겨루는 민주당 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실상 후보가 정해지는 3월까지 4,500만 달러를 다 써야 하기 때문에 그 후 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7월26일 전당대회 때까지는 부시 대통령의 자금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딘 전 주지사는 “부시 대통령이 특수 이해관계를 가진 돈의 홍수로 민주주의 과정을 훼손하고 있어 우리는 망가진 시스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딘은 지지자들에 대한 인터넷, 전화 조사결과 응답자 10만5,000명 중 85%가 그가 국고지원을 거부하기를 원했으며 그에게 더 많은 자금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딘은 9월 말까지 2,500만 달러를 모아 당내 모금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계획은 당내 경쟁자들보다 선거자금을 많이 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뉴욕타임스가 9일 지적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예비후보들은 즉각 그의 결정을 비난했다.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은 딘 전 주지사가 올 봄까지만 해도 국고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점을 지적, 딘에게 “선거법의 정신과 자신의 말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은 “이로써 딘도 부시와 같은 리그에 속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2,000만 달러를 모은 존 케리 상원의원과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NATO)군 사령관은 국고지원금 포기할 뜻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 美 대선 키워드 : 국고지원금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 및 본선거에 지원되는 연방자금. 예비선거의 경우 20개 이상 주에서 각각 250 달러 미만의 개인 기부금을 5,000달러 이상씩 모금한 후보에게 지급된다. 넓은 지역에서 소액 기부자를 많이 모은 후보자를 지원하려는 취지다. 250달러 이하 기부금 총액과 상응하는 규모로 제공되며 예비선거 비용 총액 2분의 1까지 지원된다. 대신 국고지원을 받으려면 선관위가 정한 한도에서만 선거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 때문에 이에 따르지 않는 후보자들도 종종 나온다. 1992년 대선때 무소속 출마한 백만장자 로스 페로가 대표적이다. 국고지원금은 매년 납세자들이 세금신고할 때 3달러씩 내는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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